사회 사회일반

[스펙 초월 NCS에 답 있다] <5> 자격증도 현장 중심

시험 안봐도 실무교육 받으면 자격증 줘요

NCS 활용 국가자격제도 개혁

유지·보수·구매관리 등 포함

내년까지 19개 분야 개편


#1 화학제품을 만드는 A기업은 설비 유지·보수업무를 맡길 직원을 뽑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지원자들의 실제 능력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화공기술사와 화학분석기사 등 화학 분야 국가기술자격 10개가 있지만 모두 안전관리나 품질·제품관리에 치우쳐 있고 화학설비 유지·보수, 화학 생산·구매관리 분야는 마땅한 자격검증 시스템이 없다. 이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국가자격제도가 기업 실무에 잘 연계돼 있다면 자격을 가진 사람을 바로 뽑아 쓸 수 있을 텐데 매번 사람을 구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한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2 전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김모씨는 바로 취업하지 않고 다시 4년제 대학에 편입했다. 화학류 제조 산업기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 당장 입사는 할 수 있겠지만 2년을 더 공부해 화약류 제조기사 자격증을 따면 연봉이나 직무 등 모든 조건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무리 많이 알고 기술이 좋아도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기사 시험도 못 치는 자격구조는 문제가 있다"며 하소연했다.

우리나라의 국가기술자격제도는 지난 1973년 시작돼 지금까지 기술인력 양성의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자격제도가 사회경제적 환경과 산업 수요의 빠른 변화를 못 따라가면서 개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현장보다는 자격증 교육기관 중심으로 자격제도가 운용되면서 입사를 위한 스펙(자격조건)으로만 활용될 뿐 정작 기업에서는 자격증 보유자라도 재교육을 하느라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국가직무능력표준(NCS·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소양의 체계화)이 제시해주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NCS를 기반 삼아 현장에서 바로 쓸모가 있고 개인의 기술능력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기술자격제도 개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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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화학 분야 자격이 수술대에 올랐다. 산업인력공단은 NCS를 토대로 화학 분야 직무를 현장 중심으로 분석한 뒤 대대적으로 자격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격증이 담지 못했던 유지·보수, 구매관리나 공정운전 분야 기술과 지식을 새로 포함하고 필요할 경우 새로운 산업기사나 기사 자격을 만들어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부터 5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직무 분석과 자격시험 출제 기준이 마련됐으며 올해 중 필기·실기시험 문제와 평가 방법 등이 확정된다. 기존 자격증은 제도 변화와 관계없이 계속 유효하다.

화학 분야를 시작으로 올해 3개 분야, 오는 2015년까지 19개 분야 자격이 개편될 예정이다.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만 자격을 주는 현재의 '검정형'과 달리 특정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을 얻는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NCS를 토대로 짜인 표준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면 바로 실무에서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자격도 자동으로 따라가는 것이다. 교육훈련이 강화되고 실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자격을 얻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평가된다.

과정이수형 자격은 기업에서 일하며 학위를 따는 '일·학습 병행제', 산업계가 직접 자격을 설계하고 출제·평가하는 '신자격제도' 등 새로운 자격제도 도입에도 활용된다. 홍정혁 산업인력공단 자격설계운영팀장은 "NCS를 활용해 현장에 꼭 필요한 자격제도로 개편함으로써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인의 능력이 제대로 평가 받는 일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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