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의도 훔쳐보기]"예선전 사이" "예선 끝나고" 여야 인사청문회 시기 놓고 줄다리기

● 정치와 월드컵의 함수관계<br>16강 진출 땐 정부 책임론 묻혀 세월호 국조·재보선도 영향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 여부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홍명보 감독에게 물어봐야 하나요?"

이는 총리와 장관들의 인사청문회가 월드컵 축구 예선전 막바지 또는 직후 치러지는 것을 빗대 서울의 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이 11일 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문 후보자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데 이어 오는 18일 시작되는 중앙아시아 순방 이전에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을 큰 틀에서 마무리할 방침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여부에 따라 문 후보자와 장관들의 청문회 순항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떠돈다. 여권은 문 후보자와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청문회를 알제리전(23일)과 벨기에전(27일) 사이에 갖기를 원하는 반면 야권은 예선전이 끝난 뒤인 6월30일과 7월1일을 선호한다.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틀간 이뤄진다.

만약 정부가 서둘러서 임명동의안을 13일 국회에 제출할 경우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8일까지 열리게 된다. 이럴 경우 청문회는 월드컵 예선전 열기에 묻히게 되는 셈이다. 현행법에는 정부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그날로부터 인사청문특위(총 13명)는 15일 내, 본회의(과반 출석 과반 찬성시 임명 통과) 의결은 20일 내에 각각 처리하도록 돼 있다. 앞서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의 경우 5월22일 지명돼 26일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6·4지방선거 직후 청문회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월드컵 예선기간에 청문회는 있을 수 없다며 반발한다. 야권은 '강경 보수 논객'인 문 후보자에 대해 '현미경 검증'을 내세우며 단단히 벼르고 있어 청문회 열기가 월드컵 예선전에 묻히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임명동의안을 다음주 월요일(16일)에 국회에 보내 예선전 직후 청문회를 갖자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기자 출신인 문 후보자는 과거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햇볕정책과 복지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난을 퍼부었다"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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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시기에 대해서도 문 후보자처럼 여야의 입장이 엇갈린다.

만약 야권의 뜻대로 예선전 직후에 청문회가 열린다고 해도 한국이 16강에 진출한다면 자연스레 월드컵 열풍을 타고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소 수그러들 것이라는 게 여권의 기대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최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대4로 완패하는 등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예선 통과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에서 여권의 고민이 있다. 월드컵 결승전이 7월14일에 치러지기는 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16강에서 탈락하면 월드컵 열기가 급속히 식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안 전 대법관에 이어 이번에도 낙마 사태가 발생한다면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에 큰 상처가 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서울·경기·충청·영호남 등 전국적으로 15곳 안팎에서 치러지며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7·30재보선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한다.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다음주 첫 예선전(18일 러시아전)이 있어 이번주만 넘기면 야권의 인사검증이 여론의 관심에서 한발 비켜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16강에 오르지 못하면 월드컵 열기가 급격히 식어 인사청문회가 다시 주목을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와 7·30재보선도 월드컵과 밀접한 함수관계에 있다.

여야는 청와대와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안전행정부·국가정보원 등 기관보고의 시점을 놓고 연일 티격태격하고 있다. 기관보고 대상에는 박근혜 정권의 핵심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도 포함돼 있다. 새누리당은 "7·30재보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6월16~28일에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월드컵 기간에 기관보고를 하면 정부 책임론이 다 묻히게 돼 월드컵 이후인 7월14~26일에 하자"고 맞서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심재철 위원장은 10일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주재한 새누리당 세월호 국조회의에서 달력을 짚어가며 "월드컵 경기가 18·23·27일에 있다. 정 월드컵이 문제라고 하면 진행하면서 그날은 쉴 수도 있다"고 말해 여기저기서 웃음이 나왔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8강에 가면 7월에도 못하느냐"고 말해 또 한번 웃음이 이어졌다. 정부의 참사 대책을 따지는 기관보고에 대한 여권의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당에서 월드컵에 편승해 비판여론을 물타기한다는 오해가 있다"며 "다만 올해는 '세월호 참사'가 있어 월드컵 열기도 그전에 비해서는 좀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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