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됐던 2007년 한 해도 그 희망을 내년으로 미룬 채 마감되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다소 나아졌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차가워 이렇다 할 온기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명품열풍이 불고 웰빙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2007년 유통시장을 달궜던 이슈들을 시리즈로 정리한다. 주요 백화점 상품 기획자들은 올해 유통가의 이슈로 단연 ‘해외명품에 대한 열풍’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가격거품 속에서도 소비자들은 ‘나만의 상품’인 명품에 열광했고 유통업체들도 너도나도 명품 수입에 열을 올렸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도 한국시장을 아시아 최대 수요처로 보고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냈다. 명품 브랜드들은 특히 한국시장에 맞는 아이템을 별도로 제작해 시장확대를 꾀하기도 했다. 주요 백화점의 올 한해 명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30% 넘게 늘어났다. 롯데의 명품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대비 1ㆍ4분기 17.6%, 2ㆍ4분기 18.9%, 3ㆍ4분기 21.4%, 4ㆍ4분기 20.2%(12월 첫 주까지) 성장해 평균 신장률이 20%에 달했다. 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도 1ㆍ4분기 20%, 2ㆍ4분기 14%, 3ㆍ4분기 12%, 4ㆍ4분기 24%(11월말까지)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명품관을 새로 오픈한 신세계백화점은 명품이 백화점을 먹여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계 명품매출은 1ㆍ4분기 29.2%, 2ㆍ4분기 61.3%, 3ㆍ4분기 62.1%, 4ㆍ4분기 61.3%(12월 첫주) 증가하며 월 평균 53%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소비심리 위축에도 성장세를 보인 것은 업체마다 한해 공격적으로 명품 매장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부산본점 프라다ㆍ팬디, 광주점 구찌ㆍ불가리 등 각 지방점포에까지 메이저급 명품브랜드 매장을 오픈하며 명품에 대한 수요확대를 꾀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본관을 명품관으로 꾸미며 명품 고객을 잡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명품소비 확대와 함께 가격거품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국내 판매가격이 아시아의 다른 시장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이 같은 거품 논란은 GS이숍 등 인터넷 쇼핑몰의 직수입 명품시장을 활성화시켰고 신세계첼시의 여주프리미엄 아웃렛, 하이브랜드 등과 같은 명품 아웃렛시장도 새로운 유통구조로 정착케 했다. 올 한 해 해외명품 중 가장 두드러졌던 상품은 시계. 수트와 넥타이 등에 한정되던 남성의 패션 아이콘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게 명품 시계다. 박상옥 롯데백화점 명품담당 바이어는 “벤츠를 비즈니스맨의 협상 테이블까지 끌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명품 시계는 남성이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명품 시계는 올해 주요 백화점에서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매출을 올리며 백화점 명품관의 효자상품으로 부각됐다. 롯데백화점의 명품관 에비뉴엘 2층의 ‘크로노타임’과 ‘이퀘이션’. 500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바쉐론 콘스탄틴, 롤렉스, 브레게, 블랑팡, 쟈케드로 등을 판매하는 이 매장의 매출은 11월말까지 지난해보다 34%나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본관 지하 1층의 시계 편집매장은 백화점 내 단위면적당 최고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The House of Fine Watches’도 월 1억2,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