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날로 교묘해지는 작전세력

SNS 통해 허위사실 유포… 상한가 굳히기로 시세조종…<br>통정매매도 '틱떼기'로 진화

기업사냥꾼 A씨 등은 지난해 2~8월 차입금만으로 상장기업 T사를 인수하면서 자신의 자금으로 인수하는 것처럼 거짓 공시했다. 일당 중에는 증권방송 진행자 B씨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증권방송 유료회원 시청자들에게 T사가 특정인 테마주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공격적으로 매수하라고 했다. 이들은 인수합병(M&A)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켜 주가를 띄운 후 인수한 주식을 일반투자자 몰래 매각해 인수대금을 지급했다. 차익은 고스란히 A씨 일당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감독당국의 감시 눈초리가 매서워지고 투자자들도 날로 영리해지자 소위 작전이 어려워진 주가조작 세력들이 새로운 수법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세력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법은 인터넷 증권카페나 메신저 등 소셜네트웨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 허위사실 유포다. 전통적 주가조작 수법인 통정매매와 가장매매ㆍ고가매수ㆍ허위매수를 통한 주가부양은 시일이 많이 걸리는데다 투입자금도 큰 반면 SNS를 통해 퍼진 풍문 한방은 주가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정보기술(IT) 발달로 개인이 다수인에게 정보를 전파하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전파속도도 빨라졌다"며 "최근 작전세력들은 이를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이는 과거와 달리 많은 계좌를 동원하지 않고 단기간에 시세조종이 가능하고 실패하더라도 손실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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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조종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처음 등장한 '상한가 굳히기' 수법. 특정 호재로 주가급등 요인이 생겼지만 하루 상승 제한폭은 15%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한번 상한가를 기록하면 연이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투자자들은 이를 노리고 전날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을 장 시작과 동시에 매수하는데 이를 상한가 따라잡기라고 한다. 세력들은 이러한 심리를 이용했다. 우선 지속적으로 상한가 주문을 내 상한가를 굳힌(상한가로 마감) 다음 이튿날 일반투자자의 추종매수가 나오면 전량 매도하고 차익을 챙겼다.

전통적 시세조종 수법인 통정매매도 진화했다. 통정매매란 두 명 이상이 모의해 보유한 주식을 서로 사고 팔면서 거래를 형성해 주가를 올리는 수법이다. 최근에는 '틱떼기'라는 수법이 통정매매의 일종으로 자주 사용된다. '틱'이란 하나의 호가단위를 말한다. 세력들은 복수의 계좌를 이용해 틱 단위로 1주짜리 매수ㆍ매도주문을 넣는다. 한 틱씩 올려가며 반복하면 활발한 거래 속에서 주가는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HTS상에서 단축기를 이용할 경우 혼자서도 분당 수백회의 거래를 체결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소량이지만 끊임없이 매매가 이뤄지는 것에 혹하고 작전꾼은 소액이지만 단시간에, 그리고 혼자 차익을 얻고 빠진다. 몸집은 가벼워지고 속도는 빨라진 것이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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