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경기둔화에 굴복한 리커창… 유럽·일본 이어 글로벌 양적완화 합류

■ 中 금리 '깜짝 인하'

잇단 미니 부양책에도 약효 없자 고강도 처방

시장은 환영…지준율 인하등 추가대책 가능성


'리커창 중국 총리가 경기둔화에 굴복했다.'

21일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인하 발표 직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온 평가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통화정책 완화를 꺼렸던 리 총리가 경기둔화에 결국은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시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미시적 경기부양책에만 의존할 경우 실물경기를 지탱하는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전격적인 금리인하의 배경이다.

글로벌시장은 중국의 금리인하에 반색했다. 이날 오후11시(한국시각) 현재 유로증시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경기부양 발언에 이어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 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유로스탁스는 2.50%(77.58포인트) 오른 3,179.79를, FTSE100지수는 1.31% 상승한 6766.22를 기록하고 있다. 왕타오 UB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확실히 인민은행이 옳은 일을 한 것"이라며 "그동안 경기둔화, 낮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실질금리가 올라 기업 현금흐름과 자산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부실대출 위험을 고조시켜왔다"고 말했다.


◇미시부양책 한계 직면=리 총리는 중국 경제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미니 경기부양책을 고집했다. 지난 7월에 이어 18일 기업자금난 해소를 위한 10대 대책을 발표해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노력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인민은행을 통한 선택적 유동성 공급 정책도 시간이 갈수록 약효가 떨어졌다. 인민은행은 9·10월 두 달 동안 중기 유동성 지원창구(MLF) 등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으로 약 7,700억위안(약 138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중국 경제의 기반인 제조업 경기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차오양 푸둥개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은행에 손을 벌렸지만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했고 중소기업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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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니 경기부양책은 국내총생산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시장에는 무용지물이었다. 타깃을 정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만큼 부동산은 유동성 지원에서 소외되며 가격하락세를 이어갔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중국에서는 부채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글로벌 통화완화 대열에 합류=인민은행의 금리인하는 중국이 일본, 유럽중앙은행(ECB) 등과 함께 통화정책 완화 대열에 합류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1년간 매입자산을 현행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리고 같은 기간 매입하는 장기국채 규모 역시 5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6월 양적완화에 나선 ECB는 국채 매입 등을 통한 추가 양적완화를 고민 중이다.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선 중국은 앞으로 유동성 확대에 따른 고민을 버리고 경기회복에 포커스를 맞춰 추가적인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급준비율 인하와 함께 기존 유동성 공급 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CIMB증권은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부양책이 일본의 엔저 정책, ECB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대응수단으로도 사용되는 만큼 위안화 강세의 압박을 낮춰 향후 환율전쟁이 더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양 후유증 고민도=전문가들은 금리인하 단행으로 산업생산과 소매판매·투자 등의 각 분야에서 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셴전광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리인하는 제조업 경기회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만큼 추가지원도 제조업에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전문가인 리다샤오는 이번을 시작으로 내년 초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금리인하가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구조 개혁작업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7.5%라는 목표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예상을 깬 파격적인 금리인하를 했다면 시장 자율화와 국유기업 개혁 등 중국의 경제개혁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는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으로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라면 중국의 경제개혁은 물러서게 될 것"이라며 "2008년 4조위안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중국 경제가 겪은 어려움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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