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포스코 인도 프로젝트 현지 취재

모래밭 500만평 "鐵의 요새로"<br>벵골만에 접한 작은 항구 파라딥 굉음소리 요란<br>거친 파도·무더위 불구 12兆 대공사 착착 진행<br>反외자정서로 반스파니 광권확보는 순탄치않아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비행기로 2시간쯤 동남쪽으로 날아가면 인구 100만명 정도의 도시 부바네스와르가 나온다. 여기서 자동차로 4시간 정도 동남쪽으로 달려가면 사납기로 유명한 뱅골만에 접한 파라딥이라는 자그마한 항구에 도착하게 된다. 부바네스와르에서 파라딥까지 거리는 200㎞ 남짓하지만 도로사정이 워낙 나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고생을 마다 않고 파라딥을 찾은 것은 바로 포스코의 인도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총 120억달러(약 12조원)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인도 프로젝트는 세계 철강업계 사상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세계 직접투자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파라딥에서는 이미 인도프로젝트를 위한 준비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과거 학교로 사용했던 건물을 사들여 사무실도 차렸고 본사에서 나온 20여명의 파이오니어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무더위 속에 험한 길을 달려온 방문객에게 점심으로 라면을 대접했다. 라면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는 농담에서 현지 생활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얼마나 고생이 많은지를 짐작케 했다. 포스코의 인도프로젝트는 포스코는 물론 인도 양쪽 모두에 역사적인 사업이다. 이 사업은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승부처나 다름없다. 고도성장 가도에 들어선 인도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확보함으로써 생산원가 절감은 물론 시장확보 등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부지가 무상으로 제공되는데다 원료인 철광석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고 현지인들의 인건비가 월 100~200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이 인도프로젝트의 매력이다. 특히 포스코가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파이넥스 공법을 활용하면 톤당 건설투자비가 673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는 제철소가 된다는 계산이다. 당연히 인도 측이 얻는 혜택은 그 이상이다. 파라딥에 세워지는 제철소는 오는 2017년까지 3단계에 걸처 연 생산능력 1,200만톤에 달하는 대규모 일관제철소로서 규모나 내용면에서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복사판에 가깝다. 그러니까 파라딥항 근처의 황량한 모래밭에 공장이 완공될 경우 최대 5만여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창출된다. 먹여 살려야 하는 인구가 10억명이 넘는 인도로서는 이보다 반가운 일이 있을 수 없다. 대규모 제철소의 가동에 따른 전후방 연관효과가 퍼져나가면서 수천년 동안 가난에 찌든 조그마한 항구 파라딥은 하루 아침에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탈바꿈하게 되는 셈이다. 인도 중앙정부는 물론 파라딥이 소재한 오릿사 주정부가 제철소 유치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제철소 부지 500만평을 제공하고 수상실에 전담지원팀을 가동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인도의 연간 외국인 투자 유치실적이 40억~50억달러에 불과하는 점을 감안할 때 포스코의 인도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짐작하게 한다. 당사자인 오릿사 주정부는 국민의회당이 집권하고 있는 중앙정부와 다른 야당 정권인데도 포스코 프로젝트에는 같은 입장이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 90년대 초 현재의 주정부 수상의 아버지가 수상으로 있을 당시에도 포스코의 투자유치를 추진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주정부로서는 대를 이어 추진되는 숙원사업인 셈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철소 예정지에서 약 158㎞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반스파니 광산에 대한 광권 확보는 인도프로젝트의 성패가 달린 사안이다. 90년대 이후 시장경제로 전환했다지만 여전히 외국자본을 경계하는 정서가 강한데다 인도 특유의 관료주의 때문에 광권 획득을 위한 절차와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한다. 수많은 단계를 거칠 때마다 턱턱 막히면 속도전에 익숙한 한국기준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이른바 급행료나 정치자금 제공 등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인도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조성식 포스코 인디아의 사장은 “본사의 엄격한 윤리경영 방침에 따라 힘들지만 정공법으로 광권 획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철소 부지에 거주하고 있는 400여명의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가난하지만 민주주의가 발달한 인도의 특성을 감안해 인내심을 갖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라고 김경수 주민이주 및 건설담당 부장은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현지 직원들의 각오와 열정은 인도프로젝트의 미래가 밝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 뱅골만의 거센 파도가 넘실대는 불모지에 첨단 제철공장을 짓기 위해 고생하는 포스코 현지 임직원들의 모습이 파라딥을 떠난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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