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났을 때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믿었다. 이는 당시 행해진 많은 여론 조사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2년 7월 KOTRA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한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외국인은 뚜렷이 늘어난 반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외국인의 수는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붉은 악마’로 대표되는 역동적인 한국의 이미지는 점차 퇴색하고 월드컵 이전의 부정적인 한국의 이미지가 다시 퍼져나가고 있다. 내가 북미와 유럽 출장 중에 만난 외국인들 중에는 현재 한국의 경제규모와 발달된 산업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로는 내가 알려준 한국의 경제규모와 발달된 기술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한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는 결코 쉽지 않다. 나의 모국인 영국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직도 사람들은 안개나 스모그를 떠올린다. 하지만 런던에서 스모그는 60년대 이후 거의 사라졌고 공기도 비교적 깨끗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다면 한 국가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지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이미지이다. 남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사실 한국인들은 스스로의 안 좋은 면을 부각하고 인식하는 데 너무 관대해 다른 나라에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잊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사실 한국에서의 실질적인 노조활동은 87년 이후에나 가능, 그 역사가 불과 17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짧은 기간 동안 한국의 노동운동과 노사관계가 100년이 넘는 노조활동의 역사를 가진 선진국 수준으로 성숙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한국 국민이 대통령을 비판하고 탄핵한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대통령 탄핵이 외국인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준다고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한국의 정치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 외국인들에게 한국 험담은 그만두자. 스스로의 장점을 찾아내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이야기 하자. 국가 이미지 개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를 자신 있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이미지 개선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