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IMF.외국언론] "한국 자만하고 있다" 잇단 경고

 - IMF.월가.외국언론 개혁소홀 지적【뉴욕= 김인영 특파원】『한국이 자만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 칭찬으로 일관하던 국제통화기금(IMF), 뉴욕 월가, 외국 언론들이 최근들어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한국 경제가 바닥을 지났음을 인정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자기만족에 빠져 재벌과 금융부문에 대한 개혁을 게을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허버트 나이스 IMF 아시아 태평양 국장은 최근 『한국이 경제회복을 위한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한국엔 어려운 시기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재벌개혁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사업 교환(빅딜)의 단계를 넘어 생산과잉 해소, 과다한 부채정리 등 본질적인 과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나이스 국장의 발언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상승 일로에 있던 한국 증시와 국제신용 상향 조정으로 만족에 빠져있는 한국 지도자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시티, 체이스 맨해튼 등 뉴욕 월가의 상업은행들도 한국의 국가신인도가 투자등급으로 올라섰음에도 불구, 여전히 크레딧 라인(신용한도)을 정상화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미국계 은행의 한 한국대출 담당자는 『투자적격 등급은 한국정부가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며 『이 등급을 기준으로 미국 상업은행이 한국의 은행과 기업에 돈을 빌려 주기는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또다른 코리안 데스크는 『금융 구조조정의 효과와 재벌의 부채 비율을 200%로 낮춘다는 약속이 가시화될 때에 라인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한국 정부가 시중은행의 차관에 지급보증을 해주었지만 지금은 개별 은행과 기업의 신용도가 상승할 때까지 라인 재개를 보류하겠다는 것이 월가 은행들의 분위기다. 금융기관으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기업으로는 공기업인 한전 등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기준으로 투자등급에 올라있을 뿐 시중은행과 공기업인 포철을 포함, 대부분의 재벌기업이 아직 투자부적격 등급의 상태에 있다. 정치불안을 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 뉴욕 타임스지는 한국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지만, 정치불안과 남북긴장 고조 등이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P는 경제 개혁에 대한 야당의 지속적인 협조 여부가 신용등급 추가 상승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야당이 빅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근로자들을 부추기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브라질과 러시아의 위기는 정부의 개혁안이 야당과 지방정부의 반대로 거부되면서 확산됐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월가의 한 아시아 담당자는 『한국이 IMF를 졸업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개혁에 저항하는 정치적 파워가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경제회복 무드에 빠져 한국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문에 대한 개혁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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