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사태가 해를 넘어가면서 정국운영 방향을 통합 관리할 여권의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쟁점법안 처리 문제로 촉발된 여야 대치정국에서 한나라당이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당과 청와대를 아우르는 관제탑이 제 기능을 못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지도부는 국회 파행사태가 시작된 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반복했다.
출범 2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85개 중점법안의 강행처리를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더니 갑자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발을 뺐다. 당초 반드시 '속도전'식으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던 미디어 관련 법안에 대해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처리를 늦추는 방향으로 양보했다.
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협상에서 도출한 '가(假) 합의안'은 당 최고위원회의 집중 공격을 받고 사실상 좌초됐다. 의원총회에서는 당의 주류인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총대를 메고 홍 원내대표를 공격하는 등 자중지란의 모습까지 보였다. 당의 투톱인 박희태 대표와 홍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협상을 놓고 입장 차이를 표출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