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위독' 병자성사 받아
의료진 병세 엄격 관리…"병원으로 후송하는 것도 위험할 정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84)가 31일 요로감염에 따른 고열로 교황청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호아킨 나바로 발스 교황청 대변인이 밝혔다.
나바로 발스 대변인은 "교황청 의료진이 교황의 병세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교황이 두 차례 입원했던 로마 게멜리 병원의 응급실 책임자가 "현재로서는" 교황이 입원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으나 의사들은 교황이"매우 위독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스카이 이탈리아 TV는 교황청의 소식통들이 교황이 너무 위중해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도 위험할 정도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NN과 이탈리아 방송들은 교황이 31일 밤 병자성사를 받았다고 교황청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가톨릭 7성사 중 하나인 병자성사(病者聖事)는 중병에 걸린 신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구원해 주도록 특별한 기름을 바르고 기도하는 성사로 과거에는 종부성사(終傅聖事)로 불리며 죽을 위험에 처했을 때 한번만 받았지만 요즘은 횟수 제한이 없다. 교황은 지난 1981년 5월13일 성베드로 광장에서 저격당했을 때도 병자성사를 받았다.
그러나 1일 아침 이탈리아 Apcom통신은 교황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보도했으며 바티칸 라디오는 웹사이트에 실은 기사를 통해 "항생제 처방이 잘 듣는 것으로보이며 간밤 늦게부터 컨디션이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교황의 고열은 지난 30일부터 코에 삽입된 튜브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은 지 하루만에 발생했다.
교황청 소식통은 교황이 기관절개수술 후 5주동안 몸무게가 19㎏이나 줄어 튜브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고, 다른 소식통들은 교황의 회복이 더뎌 교황청 내 비관적 분위기가 퍼져 왔다고 전했다.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는 교황 관저에는 교황의 평소 취침시간을 넘은 밤 11시까지 불이 켜져 있었고 경찰차들이 교황청 출입구를 순찰했으며 교황 위독 소식을 접한 신자 수백명이 광장에 모여들었다.
앞서 안사통신과 Apcom통신 등 이탈리아 언론들은 교황의 고열 소식을 전하면서걱정스러울 정도로 혈압이 떨어지고 있어 의사들이 개입해야했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APA 통신은 오스트리아 빈 대교구장인 크리스토프 쇤보른 추기경이 "교황이 생의 마지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청 주요부서에 근무하는 한 사제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며 "상황이 나아질거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모두 기적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교황은 2월1일 독감과 후두경련에 따른 호흡곤란 증세로 로마 게멜리 병원에서 열흘간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고 2월24일 또다시 비슷한 증세로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기관 절개 수술을 받고 18일만에 퇴원했다.
교황은 입원중 몇차례 병원 창문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으나 부쩍 쇠약해진 모습이었고 지난 3월27일 부활절에도 끝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성호만 그어 교황의 목소리를 숨죽여 기다리던 성베드로 광장의 7만 가톨릭 신자들이 눈물을 삼켜야했다.
(로마 APㆍAFP=연합뉴스)
입력시간 : 2005/04/0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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