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8일] 재정부 조정기능 무용론

'부처 간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고 바람직한 정책대안을 만들어가는 토론의 장.' 매주 수요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위기관리대책회의에 대한 재정부의 정의다. 과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개편한 회의인 만큼 가장 큰 목적은 '조정' 그 자체다. 부처이기주의에 따르는 정책혼선을 미연에 방지하고 정부의 통일된 의견을 만드는 게 회의의 취지다. 대외통상 안건을 다루는 대외경제장관회의와 함께 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양대 회의체인 만큼 회의에 실린 무게감도 상당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위기관리대책회의의 조정 역할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부처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등은 올 들어 단 한번도 회의 안건으로 올라가지 못한 채 한국개발연구원(KDI) 싱크탱크 연구보고서 안에서만 맴돌고 있다. 부처이기주의의 상징처럼 돼버린 온실가스 감축 문제도 올 들어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변변히 다뤄진 적이 없다.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의원발의 법률안을 선정ㆍ발굴해 회의에서 논의하겠다는 호언장담도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초 내세웠던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가 대학생 학자금 지원방안(1ㆍ4분기) ▦세출 구조조정 방안 수립계획(3월) ▦서비스 산업 해외진출 방안(2월) ▦복수노조 전임자 급여 관련 후속조치(1ㆍ4분기) 등 상정될 예정이던 안건들은 여전히 '업무추진 중'이다. 일부 부처들은 위기관리대책회의에 관련 안건을 상정하면서 정작 알맹이는 따로 빼내 직접 발표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재정부의 '조정업무 무용론'마저 대두될 시점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라는 '흑묘백묘론'대로 누가 되든 조정업무만 잘하면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생색내기 좋아하는 위원회의 조정업무와 정부의 세입세출과 연계되는 재정부의 조율업무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만 한다. 과거 경제기획원(EPB) 시절부터 면면히 내려온 경제수석부처의 조정업무를 다시금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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