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 세계 석유공급기지 급부상

러시아산 석유를 노린 주요 경제국들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러시아가 세계의 새로운 석유 공급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출량을 자랑하는 러시아산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키 위해 미국,일본, 중국 등이 앞 다투어 러시아와의 송유관 건설 공사 등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움직임은 이라크전 우려로 유가 폭등이 심각한 세계 경제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본격화되고 있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시베리아와 극동을 연결하는 4,000km의 송유관 건설에 협력키로 공식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번 송유관 건설공사는 러시아 바이칼 호수 인근의 안가르스크부터 극동의 나호드카항을 있는 공사로 건설 비용만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송유관은 궁극적으로 미국 서부 해안까지 연결될 계획이다. 송유관이 본격 가동될 경우 러시아는 석유 수출을 동아시아 및 미국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동산 석유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일본은 이번 송유관 건설을 통해 현 석유 수입량의 4분의 1 수준인 하루 100만 배럴을 공급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일본이 이번 프로젝트를 중요한 장기 에너지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또한 시베리아 유전과 중국 북동부의 정유 공장을 있는 총 25억 달러 규모의 송유관 건설 협상을 러시아측과 사실상 마무리 지은 상태다. 양국은 내년 정식 계약을 맺고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제 급성장과 함께 90년대 초반 석유 순수입국으로 전락한 중국은 현재 전체 석유 소비량의 절반 가량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협력도 최근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유코스 등 러시아의 석유업체들은 지난해 11월 대미 석유수출을 원활히 하기 위해 총 15억 달러를 투자, 러시아 무르만스크 북서부에 새 항구와 송유관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었다. 전문가들은 재정난으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에 있어 미국ㆍ일본ㆍ중국 등의 자국 석유시장 접근은 석유산업을 주요 전략사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한편 미국 등 주요 경제국은 중동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어 결과적으로 윈-윈 게임의 양상을 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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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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