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많은 천재들이 불행히 사라진 것은 그들의 부족한 사회경험 탓이기도 했지만, 주변의 시기 어린 기대감이 더 큰 몫을 했다. 하늘이 내린 재주가 세상을 밝히도록 돕기보단 당장의 질투와 자위의 안도감으로 망가뜨리고 만다. 기어이 진창에 처넣고서야 안도하는 범인(凡人)의 세계, 이쯤 되면 천재는 '괴물' 신세다.
이렇듯 대체로 부족하기 마련인 범인들의 육체·정신 확장에 대한 욕구는 유사 이래 여러 의미에서 '천재'를 지양하면서도 지향해왔다. 하지만 이를 위한 교육제도는 그저 기술적인 측면의 수재를 양산하는 것이 고작. 배움에의 열정을 불 지피려는 시험은 창의적인 사고보다는 실수 줄이기 게임으로 전락했다.
이 책은 그런 '붕어빵 사고'를 줄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려는 저자의 시도다. 혁신과 창의성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대에 그 원천이 될 수 있는 생각 방법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담았다.
현직 변호사이며 인텔리콘융합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고교시절 어느 순간 수학을 그림으로 그리며 '이미지를 이용하는 직관적 사고법'을 떠올린다. 그가 말하는 '생각의 2중 스캐닝 원리', 다른 말로 '메타생각'은 어떻게 하면 천재들처럼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우리 머리에 새 내용과 공식을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연결하고 확장하고 '빵' 터뜨리는 점화장치에 대한 것이다.
'메타생각'은 창의적 사고를 위한 공식이나 기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현재 사고력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점검하는 도구에 가깝다. 또한 다소 장난스러운 시도라도 데페이즈망(낯설게 하기)를 통해 더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도록 자극한다. 예를 들어 '1, 1, 2, 1, 2, 3, 1, 2, 3, 4…'라는 수 배열을 보자. 조금 들여다보면 연이은 숫자가 하나씩 늘어나며 배열되는 단순한 조합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1, 1, 2, 1, 1, 2, 3, 2, 1, 1, 2, 3, 4, 3, 2, 1…'
여기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이미지와 패턴이다. 숫자를 숫자로만 보지 말고 덩어리로, 조형적으로 묶고 나누는 작업. 대뜸 연산만 들이대지 말고,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습관 역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바로 여기에 '세워지는 우산'이나, 언뜻 보면 뒤집힌 것처럼 보이는 '거꾸로 접히는 우산' 같은 아이디어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많은 경험이 생각하는 법을 잊게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그는 수학문제를 그림으로 접근하라고 한다. 도형은 보조선을 긋고, 수 배열은 뭉치로 방정식은 도형으로 치환시킨다. 문제 풀이과정도 다양한 색깔의 펜으로 실패과정을 머리 속에 이미지로 집어넣으며 접근하면 한결 편해진다고 조언한다. 손의 흔적을 눈이 기억하도록 여유를 준다는 의미다.
물론 이 책은 수험생들이 궁금해할 시험성적 향상법도 소개한다. 먼저 이미 풀어 본 문제를 단위로 묶어 정해진 시간 내 빨리 푸는 '타이밍 적응 테스트'(초치기 훈련), 머릿 속에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며 스스로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을 추려내는 '포지셔닝'(자신의 실력 확인)을 소개한다. 또 스스로 예상문제를 출제하는 동시에 시험점수를 예측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점검하는 '자기예측'까지 3가지 방법이 그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선생과 제자가 쉬운 말로 대화하는 소설 형태에, 다양한 그래픽과 삽화가 전면 컬러로 실려있어 잘 읽힌다는 점. 특히 중간중간 관련 이론과 전체 분량의 3분의1에 달하는 예제들이 재미를 더한다. 다만 낯선 제목 '메타생각'만큼 내용이 그리 낯설지 않은 점은 아쉽다. 1만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