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누워 침뱉기/김영종 동아증권 사장(로터리)

금년 들어 언론들이 자주 취급하는 기사중 하나는 국제경쟁력이 급강하하고 있다는 보도이다. 그 근거로 인용되는 소위 외국평가 기관의 신뢰도나 권위에 대해서는 객관적 평가없이 우리나라의 정부, 경제, 사회, 정치 전 분야에서 급격히 낙후되고 있다는 비관적 보도내용만 보아서는 우리나라가 태국보다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평가항목에 따라서는 남미나 아시아의 후진국보다도 못하다는 식이다.우리 국민들이 지난 30년 동안 허리띠 졸라매고 외국사람들에게 손짓, 발짓 등 수모를 받아가면서 일구어 낸 나라가 「우째 이리되었노」 싶어 자존심마저 상한다. 거기다 한술 더 떠 「엽전들은 할 수 없다니까」로 발전되어 습관성 자학증세로까지 재발되는 것을 보면 씁쓸해 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당연한 말이지만 건전한 비판은 항상 필요하되 「우리는 안된다니까」하는 식의 습관적인 비판성 자학 증세는 이제 버려야 할 때가 왔다. 외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우리 경제규모나 GNP성장률을 보면서 언론이나 지식인 등이 한국경제가 마치 불황의 늪에 깊숙이 빠져있는 양, 또 구조조정문제가 무슨 암말기 환자의 증세인 것처럼 갑론을박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한보사태에 이은 대기업의 부도사태만 보아도 정경유착이라는 부분을 분리해 놓고 경제현상으로만 관찰해 본다면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규모나 산업기반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는 있을 수 있는 개별기업의 부침현상 중 하나로 보아 넘길 수 있는 정도다. 물론 속쓰린 부분도 있고 더 잘했어야 할 부분도 많다. 거기서 체계적으로 배워나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과대포장할 필요는 물론 없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국제화되어 있고 우리경제도 옛날같이 우리끼리만 경쟁하는 울타리속 경제도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정보가 국경없이 고속으로 이동한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 스스로가 무슨 불치의 병이라도 걸린 양 떠들어대면 손해보는 것도 우리일 것이다. 성수대교 사건때의 경험이 그랬고, 대기업 부도사태에 대한 누워 침뱉기식 비판으로 우리 금융기관들이 국제시장에서 겪는 필요이상의 어려움을 보아 알 수 있다. 누워 침뱉기, 「엽전은 안돼」식의 자학적 비판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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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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