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혁명 지도자 고(故) 아야툴라 호메이니의 귀국 25주년인 1일 이란 내부의 보수ㆍ개혁파 대결이 수년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이날 개혁파 국회의원 124명은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란의 권력 기관들은 20일로 예정된 총선을 예정대로 치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란의 내부 갈등은 지난달 초 보수파의 보루인 혁명수호위원회가 8,200명의 총선 출마자 중 개혁파 의원 80여명을 포함해 3,600여명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고조됐다.
수호위원회는 최근 출마 규제자 중 1,160명에 대해서만 복권 조치를 내렸다. 출마 규제는 2000년 총선에서 전체 국회 의석 290 석 중 190석을 차지한 개혁파의 발목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이끄는 이란 정부는 이날 밤 비상 내각회의를 소집해 총선 연기를 결의했으나 보수파인 검찰은 혁명수호위원회의 뜻대로 총선을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각 회의에서 무사비 라리 내무장관은 "각 지방의 보고를 토대로 판단할 때 총선을 치를 여건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압단 나비 나마지 검찰총장은 "사법 당국은 총선을 20일 치르려는 수호위원회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보수파편을 들었다.
사직서를 제출한 개혁파 의원들은 "장혁명수호위원회는 추악한 독재기구"라며 보수파를 비난했다. 이들은 2일 비상회의를 가진 뒤 "만장일치로 총선을 보이콧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수파는 혁명수비대와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총선을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개혁파의 간접 지원 세력인 대학생들은 4일 수도 테헤란에서 항의 시위를 열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최고지도자인 아야툴라 하메네이의 중재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1989년 최고지도자에 오른 하메네이는 수호위원회 위원 12명 중 절반을 임명하고 주요한 국정 현안을 최종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