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서브프라임 부실 쇼크로 독일 은행들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독일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페어 슈타인부리크 독일 재무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한 연설에서 “지방은행의 통폐합 문제는 정치적인 이유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는 연방차원의 금융시스템 개혁과 직결된 문제”라며 주 정부에 대해 지방은행(란데스방켄)들의 통폐합 등 금융 개혁을 요구했다. 독일 정부가 은행개혁을 재추진하는 것은 최근 신용위기를 활용해 독일 은행시스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독일은 지방분권적 요소가 강해 중앙집권적 은행시스템이 상대적으로 결여돼 있다고 평가된다. 독일 은행의 통합문제는 오랫동안 중앙정부 차원에서 핵심 경제문제로 제기돼 왔으나 주 정부와 지방은행들의 반발로 번번히 수포로 돌아갔다. 이는 각 지방은행에 젖줄을 대고 있는 독일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은행이 통폐합되면 줄도산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경제 전반에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스타인부리크 장관의 언급은 지방 은행들의 정치적인 경쟁심리와 지역감정을 정면 돌파하지 않고서는 은행개혁이 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짙게 깔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독일 은행들은 올 여름 미국발 서브프라임 쇼크로 IKB와 작센 LB가 경영위기에 빠져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한 바 있다. 특히 작센 주 소유의 지방은행인 작센 LB는 서부에 있는 바덴뷔르텐베르그 주의 LBBW로 팔려 나갔다. 독일 은행들은 수년전부터 '콘두이츠(conduits)’라 불리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연계된 대출담보부증권(CLO),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에 투자하다가 큰 손실을 봤다. 독일연방정부 재무부 대변인은 “이번 신용위기로 독일 은행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높은 경쟁력을 갖춘 소수정예의 은행만이 앞으로 이번과 같은 금융위기에서 독일 경제를 보호해 줄 수 있다”며 은행개혁의 불가피성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독일의 은행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지방 은행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주정부와 정치권이 은행 통폐합에 따른 대규모 실업자 발생과 지방 경제의 파산을 내심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치방크의 CEO인 조셉 액커만도 “우리가 지금 당장 은행 통폐합을 이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른 방법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 길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