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SNS 줄이고 여유 시간 늘려줘야 책과 친해져요"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원작자로 더 잘 알려진 앤 파인, 그리고 아동 판타지소설 '율리시스 무어' 시리즈의 작가 바칼라리오. 지난 8~12일 경남 창원에서 진행된 '2014 세계아동문학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두 작가는 모두 한국이 처음이다. 전 세계 수십개국에 책이 번역되고 700만~800만 부 넘게 팔린 두 아동작가를 만나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 하는 법'을 물었다. 다소 표현은 달랐지만 접근법은 비슷했다. 어린 시절 한가로운 아이가 책과 친해지고, 요즘처럼 다른 유혹이 많은 세상에는 부모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적 지루함을 못 견뎌 책을 읽기 시작했고, 고교 시절 친구들을 위해 짧은 글을 쓰다 자연스레 지금까지 왔죠.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면, 우선 공부에서 벗어나 여유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야 합니다."
아동 판타지소설 '율리시스 무어' 시리즈의 작가 피에르 도메니코 바칼라리오(40·사진)는 자신의 두 딸도 이렇게 교육했다고 말했다. 특히 TV나 게임에 과도하게 노출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작가의 대표작인 '율리시스 무어' 시리즈는 2006년 첫 권이 나온 후 전 세계 25개국에 번역되며 3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특히 국내에서는 시리즈 총 14권(시즌1 12권·시즌2 2권)이 80만부 넘게 팔리며, 어린이들에게 '해리 포터' '제로니모의 환상 모험'과 동급으로 대접받는다.
이 책은 직접 화자로 등장하는 작가 바칼라리오에게 비밀 기록이 가득한 궤짝이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해독한 공책에는 가상의 공간 '킬모어 코브'를 배경으로 세 어린이가 율리시스 무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을 밝혀내는 여정이 담겨 있다. 시간의 문을 통해 고대 이집트와 18세기 베네치아를 넘나드는 상상력은 곧 전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에게 이 작품은 더 많은 책을 쓸 기회를 주고, 세상에 작가로서 이름을 알린 '시작'이다. 그는 앞으로도 성인물보다 아동소설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아이들에게 모험심과 용기를 심어주고, 책을 읽고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껴진다면 그게 대표작입니다. 특히 책 내용에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물어오는 아이들이 좋아 계속 아동소설을 쓰게 될 것 같아요. 향후 영화나 애니메이션 제작을 염두에 둔 작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독 한국에서 모국인 이탈리아(150만 부) 다음으로 많이 팔린 이유에 대해 작가 자신도 잘 모른다는 표정이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굉장히 다른 나라지만 사람들의 느낌이 비슷해요. 밝고 명랑해요. 내 책을 언어가 다른데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놀랍지만, 세계 어디서나 아이들은 똑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글을 써 당시 느낌이 여전히 소설에 묻어나는 점도 아이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좀 더 정확한 건 출판사에서 더 잘 알지 않을까요.(웃음)" /이재유기지
사진제공=웅진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