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을 앞둔 소회가 다 그렇겠지만 필자에게 있어 올 한 해가 주는 책임감과 기대감은 그 어느 해보다 각별하다. 그래서인지 지난 정초, 동해에서의 일출과 태백산에서의 동계올림픽 유치기원 천제봉행을 지내면서 거듭거듭 간절한 마음과 견결한 소명의식을 되새겨봤다.
강원도는 오는 2010년에 이어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300만명 내외의 도민들과 11만명 동사모 회원들의 역량을 총 집결하고 있다. 이것은 동계올림픽의 유치가 강원도만의 발전을 견인하고 또 스포츠 이벤트라는 단순한 차원에서만이 아니다. 이렇게 유치를 염원하는 바탕에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간다는 절실함과 함께 지구상의 3대 스포츠 대제전을 세계에서 6번째로 치른다는 트리플 크라운(tripple crown). 대한민국 올림픽의 완성이라는 큰 틀을 이루고자 함이다.
잘 알다시피 지난 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른 후 ‘코리아(KOREA)’라는 브랜드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는 상품은 탄탄한 공신력을 얻게 됐고 한강의 신화는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원대한 꿈을 이뤄나가자는 것이다. 수치상으로도 2014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대략 3만달러에 접어들고 본격적인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선진국이라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수치상의 어떤 수준을 의미한다기보다 이를 받쳐주는 사회적 역량과 문화가 동시에 전제돼야 한다. 이것이 2014년 동계올림픽이 꼭 강원도에서 유치돼야 하는 이유이다. 돌이켜보면 96년 행정부지사로 일하면서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나가노올림픽을 현지조사하는 등 면밀한 준비를 거친 끝에 2010년 도전했고 아쉬운 탈락을 했다. 그러나 ‘눈물겨운 도전, 아름다운 실패’라는 얘기를 들으며 강원도와 평창의 이름을 세계 지도 위에 당당히 올린 것이다.
연초에 모 경제연구소에서 펴낸 ‘올해 10대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북핵 문제로 한반도의 위기가 점증할 것이라는 예측이 실렸다. 북한의 존재는 우리에게 아물지 않는 상처와 같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말 북한의 공식초청으로 문재덕 조선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등을 만나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지지와 협력방안을 담은 합의서를 교환하기도 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도에서 열리는 평화올림픽, 이것이 또한 이번 유치를 이뤄야 할 당위이기도 하다.
98년, 외환위기 이후 10년째를 맞는 지금 우리 경제는 대통령 선거와 환율, 원자재 가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약 등으로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 이럴 때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을 경우 얻게 될 경제적 파급 효과(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ㆍ2004년 9월)는 생산유발 효과 15조572억원, 부가가치 6조6,987억원, 18만6천여명 이상의 고용증대 효과를 갖고 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계량화될 수 없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까지를 생각한면 그야말로 온 나라의 명운을 걸고 뛰어볼 만한 큰 틀의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강원도청 앞 광장 한켠에는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고 있다. 거기에는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156일 전’이라는 전광판의 붉은 글씨가 깜박거린다. 저 불은 이미 4년 전에 우리 가슴에 타오르기도 했던 모두의 염원이기도 하다. 우리는 2월14일로 예정된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실사에 대비해 교통망ㆍ경기장ㆍ숙박시설 등의 인프라 확충과 선수ㆍ경기 중심의 콤팩트한 올림픽 콘셉트를 제시했다. 또한 동계스포츠의 아시아 확산, 동계 허브로 발전하는 비전과 함께 평화와 화합의 올림피즘을 구현해 올림픽 역사에 가장 위대한 유산을 남기자는 명분도 강조하고 있다.
‘사기’를 지은 사마천은 모든 시와 문장은 ‘발분(發憤)’해 지은 것이며 무엇인가 마음에 ‘울결(鬱結)’한 바가 있어 책을 짓는다고 했다. 이는 마음 깊은 곳에서 절실하게 배어나오는 진정성의 중요함을 설명한 것이다. 혼자 꾸는 꿈은 미약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IOC 측에서도 국민의 유치 열기를 주요 평가항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유치 전망이 안개 속과 같은 국면이지만 유치 후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국가적 차원, 국민적 차원에서도 함께 나서서 꼭 이뤄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까지도 그래 줬지만 삼가 온 국민의 관심과 유치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