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물건을 통해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여운을 한 번쯤은 되돌아 보는 것이 어떨까요?”
지난 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가재도구에 대한 경매에 참가, 진돗개와 TV, 냉장고, 서예, 병풍, 동양화류 등 총 1억1,850만원 상당을 대리인을 통해 낙찰 받아 눈길을 모은 김홍선(50)씨.
그는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아담한 자택에서 각기 사연을 담고 있는 옛 물건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골동품 애호가였다.
김씨는 “저마다 사연을 가진 옛 물건들이 쓰였던 상황을 유추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표와 동전 등을 즐겨 모은 부친의 영향으로 결혼해 가정을 꾸린 지난 80년대부터 1950∼70년대 옛 물건들을 수집해왔다.
원래 잘 나가는 광고회사 직원이었던 그는 98년 외환위기로 명예퇴직을 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물건수집에 뛰어들었다.
이제 집 근처에 마련한 창고겸 사무실에 보관돼 있는 물건들은 1950∼70년대 교실, 구멍가게, 사진관, 겨울놀이, 이발소 풍경을 재현할 수 있을 만큼 늘어났다.
생활을 위해 그는 가구 등 민속품을 사고 팔기도 하고 모은 옛 물건을 통해 백화점, 놀이공원, 시청 등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1950∼70년대 상황을 재연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그와 옛 물건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고 있는 부인 이영선(49ㆍ여)씨도 조선시대 이후 1960∼70년대 부엌살림을 재연하기 위한 옹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이 전 전 대통령의 가재도구를 낙찰 받은 것도 그냥 놓고 보면 평범한 물건이지만 전직 대통령이 쓴 물건인 데다, 그 물건들이 일반인에게 경매되기까지 담고있는 사연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낙찰 받은 물품에 포함된 진돗개들에 대해 “개들도 감정이 있는 동물인데 무슨 잘못을 지어 동물까지 경매에 부쳐지냐”면서 “전 전대통령도 물건은 모르지만 개에 대한 애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돌려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충제기자 cj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