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정보기술(IT) 수요 부족 등으로 대다수 미국 소프트웨어(SW)업체들의 1ㆍ4분기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스토리지 SW업체인 베리타스는 여러 악재를 극복하고 월가의 기대를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 업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베리타스의 주력 분야인 스토리지SW 시장은 최근 EMC, IBM, HP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며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는 분야이어서 베리타스의 성적표는 더욱 돋보였다.
월가에서는 주력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배가하고 신규 분야에도 전략적 제휴로 진출해온 개리 블룸 베리타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전략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0년 11월 오라클의 2인자 자리를 박차고 나온 블룸은 2년반만에 베리타스를 스토리지 및 백업 SW 전문업체에서 기업IT시스템의 심장부인 데이터센터용 SW기술까지 공급하는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블룸이 오라클을 떠난다고 발표하던 당일 오라클 주가가 14%나 폭락할 정도로 시장은 그를 신뢰했고 그는 실적으로 화답한 셈이다.
블룸은 “하드웨어(HW)업체들의 SW사업은 경쟁업체와의 호환성을 해결해야 한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양한 기업들과의 제휴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어떤 시스템에서도 돌아가는 SW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베리타스만이 지니고 있는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베리타스는 스토리지 백업 등 기존 분야에서는 기능을 강화하는 제품을 잇따라 발표하는 한편 스토리지 자동화 솔루션,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베리타스는 네트워크 장비업계 선도기업인 시스코 시스템스와 서버가 아닌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블룸은 이에 대해 “고객들이 서버 뿐만 아니라 스위치 같은 네트워크 정보에도 데이터를 저장하길 원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