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파업 인한 노동손실 일본의 111배

파업 때문에 근로가 중단되는 노동손실일수를 따져볼 때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최고 100배 이상 많아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서 낸 ‘경제성숙기의 성장환경 변화와 대응 방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2년 한국의 연평균 노동손실일수는 근로자 1,000명당 111일로 나타나 1일에 그친 일본과 크게 대조를 이루었고 56일인 미국에 비해서도 두 배를 넘었다. 특히 노조 가입률이 일본은 21.5%인 반면 우리는 11.4%에 지나지 않는데도 노동손실일수가 많은 것은 악성파업이 많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파업일수가 많다 보니 영업성과를 나타내는 국내 제조업의 총자산 경상이익률도 이 기간 중 연평균 3.0%에 그쳐 선진국인 미국의 5.2%나 독일의 6.2%에 현저하게 뒤지고 있다. 또한 이 기간 중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3.3%에 지나지 않아 연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는데 이는 생산성 증가율이 실질임금 상승률을 2.5%나 웃돌았던 지난 90년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치의 결과가 ‘남미형 추락’이 우려되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로 나타나 있다. 우선 이웃나라 일본이 오랜 경기침체에서 깨어나 본격적인 활성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해외로 나갔던 기업마저 본국으로 돌아오는데 국내기업의 해외 탈출러시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내수침체를 돌파하는 유일한 길은 투자 뿐인데 이처럼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는 마당에 투자를 생각할 경영자는 없다. 국내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도 안되고 수입이 없으면 신용불량과 소비침체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따라서 노동계는 춘투(春鬪)다 하투(夏鬪)다 하며 연중 파업을 통한 내 몫 챙기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기업도 살고 노조도 사는 상생의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다. 청년실업이 넘쳐 나는 판에 연봉 5,000만원 이상의 고액 소득자들이 더 받고 더 편해지겠다며 파업을 벌여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얻은 것도 없이 파업을 철회한 지하철 파업의 결과는 무책임한 파업 우선주의가 어떻게 귀결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특히 합법이든 불법이든 파업부터 시작하고 보자는 노조의 뿌리깊은 고정관념은 불성실한 협상 후 공권력을 부르면 되지 않겠느냐는 사용자측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정부도 최대한 개입을 자제해 자율협상의 관행이 정착되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불법적인 파업에 대해서는 보다 엄정한 원칙으로 대응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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