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햄버거 이어 담배까지 인상 행진… "국내외 제품 가격구조 왜곡"

샤넬·에르메스·프라다 판매가 5~15% 올려<br>SK-Ⅱ·에스티로더 등 화장품도 최고 14%↑<br>말보로 등 10일부터 7%, 맥도날드는 이미 기습 인상<br>국내업체 압박 못 이기고 '가격 인상 도미노' 올 수도

한 백화점의 수입 명품 매장. 연초부터 수입 명품을 비롯한 외국산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경제DB


연초부터 해외 수입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샤넬ㆍ에르메스 등 수입 명품은 물론이고 수입 화장품, 수입 담배, 햄버거까지 가격 인상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국내 제조ㆍ유통기업에 대한 가격 압박 수위를 강화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로부터 자유로운 해외 업체가 거침없이 가격 인상에 나서자 가격 구조가 왜곡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내 소비재업체 관계자는 "외국 업체의 가격 인상에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우리 업체는 그만큼 수익성 악화 부담을 지는 셈"이라며 "값비싼 수입 명품뿐 아니라 대중적 소비재도 가격을 올리고 있어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 패션ㆍ잡화 브랜드인 샤넬은 지난 1일 국내 판매 가격을 평균 10% 인상하며 최근 4년 새 다섯 번째 가격을 올렸다. 앞서 프랑스 고가 브랜드인 에르메스도 '버킨' '켈리' 등 주요 제품을 포함한 제품 가격을 올 1월부터 평균 5%가량 인상했다. 영국 명품 브랜드 멀버리도 대표 제품인 베이스워터 가방 가격을 159만원대에서 164만원대으로 올렸다. 이탈리아 브랜드 불가리도 지난달 말 시계ㆍ보석류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이탈리아 잡화브랜드 프라다 역시 이달 중순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주요 제품 라인의 가격을 10~15% 인상할 방침이다.

수입 화장품 업체들 역시 인상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라프레리ㆍ랑콤 등은 1월 가격을 4~10% 인상했고 SK-IIㆍ비오템ㆍ슈에무라ㆍ키엘 등은 이달 중 제품 판매가를 2~10% 올린다. 에스티로더ㆍ바비브라운ㆍ맥 등 에스티로더그룹도 다음달 2~14% 내외의 가격인상을 예고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뒤 평균 5~6%가량 가격을 내렸던 유럽산 해외 명품들이 6개월 만에 FTA 체결 이전 가격으로 일제히 환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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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담배 기업의 제품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말보로' 등을 수입 판매하는 필립모리스코리아는 10일부터 평균 제품 가격을 6.79% 올린다. 앞서 '던힐'의 BAT코리아와 '마일드세븐'의 JTI코리아가 주요 제품 가격을 200원씩 인상한 바 있어 국내 업체인 KT&G를 제외한 외국계 담배회사 모두가 담뱃값을 인상하는 셈이 됐다. 이 밖에 다국적 햄버거 업체인 맥도날드도 이달 1일 불고기버거세트 등 일부 제품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

국내 업체는 수입 브랜드들의 이 같은 인상 행렬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려 했던 롯데칠성ㆍ서울우유ㆍ오비맥주 등이 인상안을 자진 철회하는 등 국내 업체는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 아래 '가격 동결' 추세를 보이고 있다.

3대 외국계 담배기업과 달리 KT&G도 이날 물가 인상 추세 등을 감안해 주력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으며 국내 햄버거 브랜드인 롯데리아 역시 구체적인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 '구호', LG패션 '마에스트로' 등 국내 주요 의류 브랜드와 아모레퍼시픽ㆍLG생활건강 등 주요 화장품 기업도 올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에 비해 LG생활건강의 '코카콜라', SPC그룹의 '던킨도너츠', 두산그룹 계열인 SRS코리아의 '버거킹' 등 국내 업체들이 수입, 판매하는 다국적 브랜드들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가격 인상에 동참한 바 있어 우리 업체의 '정부 눈치보기'가 너무 극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국적 업체는 가격 인상이 원자재가 인상 등을 반영, 본사의 규정에 따른 일괄적인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수입 잡화 브랜드 등을 중심으로 현지보다 한국에서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린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내 업체가 가격 인상에 대한 검토 없이 숨죽이고 있는 반면 일부 수입 업체는 국내 가격만 더욱 올려 간극을 벌리고 있다"며 "원자재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총선ㆍ대선 이후 국내 업체의 '가격 인상 도미노'가 촉발될 수 있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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