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독 고실업 등으로 체질 약해/단일화땐 달러화 급등 불보 듯/무역블록 강화로 마찰 우려도유럽단일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그동안 환영일색이었다. 우선 3억8천만명의 단일시장으로 유럽이 재탄생함에 따라 미국의 수출이 확대되고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 정치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파트너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또 20세기들어 두차례의 세계 대전이 벌어졌던 유럽이 안정되고 러시아, 동구권 등 구 소련지역이 단일통화권으로 흡수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했다.
이런 미국의 기대가 최근 점차 우려로 바뀌고 있다. 가뜩이나 위태위태한 유럽통화동맹(EMU)이 자칫하면 약체 유럽단일통화(유로)를 만들어낼수 있다는 이유때문이다. EMU의 주체세력인 독일, 프랑스 등이 10%대를 훨씬 웃도는 전후최고의 실업율에도 불구, 단일통화를 억지로 추진하고 있기때문에 결국 유로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는 예상이다. 이 경우 대외수출의 4분의 1을 유럽에 의존하고있는 미국 기업들의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체통화는 또 미국과 유럽사이의 현안이 되고 있는 무역장벽의 제거에도 장애로 작용할수 있다는 것이 미국측의 걱정이다.
실제 지금도 유럽통화에 대한 미 달러화의 강세는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5일 뉴욕시장에서 달러화는 마르크화에 대해 3년만에 최고치인 1.71마르크를 돌파, 1.7140마르크로 폐장했다. 마르크화는 올 들어서만도 13%나 평가절하된 것이다. 물론 프랑스의 프랑화도 연초대비 11%나 평가절하된 상태며 리라화, 스위스프랑화도 비슷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유럽시장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에서 유럽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미국 수출업체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그럼에도 EMU의 주축세력인 독일과 프랑스는 단일통화를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는것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 독일 분데스방크중앙위원회 위원인 군트람 팔름이 5일 단일통화가 99년부터 예정대로 시행된다고 말한 것도 이날 마르크화의 약세를 부추겼다. 독일,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국들도 EMU가입기준(GDP대비 재정적자 3%, 국가채무 60%)을 맞추기 위해 사회복지지출 삭감과 최소적정예산편성 등 긴축정책을 주요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국 이런 긴축정책에도 불구, 사회복지프로그램과 연금제도 등에 과도한 부담을 안고 있는 유럽경제는 좀처럼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 경우 유럽단일통화인 유로는 통화가 국가별로 돼 있는 지금보다 더 빨리 약체화 될 것이라는 것이 미국측의 우려다. 유로의 약체화는 또 EMU의 페쇄성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도 크기때문에 2000년대 이후의 새로운 무역블록으로 통상마찰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이때문에 유럽단일통화의 미래는 유럽인뿐만 아니라 대서양 건너편 미국인들에게도 주요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온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