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튤립 투기와 볼스테드법


1637년 네덜란드에서 튤립 한 뿌리에 고급 주택 한 채 가격에 해당하는 5,200길더에 팔렸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튤립에 대한 과수요로 인해 일시적인 품귀현상이 빚어졌고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비정상적인 탐욕과 군중심리가 쏠리면서 튤립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폭등한 것이다. 결국 농가들이 너도나도 재배에 나서면서 튤립 가격은 한순간에 폭락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봤다. 경제학에서 일컫는 시장실패의 대표적 사례이다. 시장실패는 불완전경쟁ㆍ외부효과ㆍ불확실성과 같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근거가 된다. 정부는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가격통제, 세금부과, 독과점 규제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도 늘 완전할 수는 없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역효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1919년 미국에서 제정된 금주법은 정책실패의 일례로 자주 등장한다. '볼스테드법'으로 알려진 이 법은 식량 절약, 작업능률 향상 등을 기치로 미국 내의 주류 제조와 판매를 금지시켰다. 그런데 애초 취지와는 달리 불법 구매로 인한 범법자 양산, 밀거래 이익을 노린 범죄조직 창궐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야기했다. 20대에 불과한 알 카포네가 시카고 갱단을 평정하고 1인자로 부상한 것도 이 시기다. 이 법은 결국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폐지안에 서명하면서 퇴출되게 된다.


이런 사례는 시장과 정부 모두 완벽하지 않고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관련기사



따라서 시장 기능의 정상적이고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제도도 끊임없는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을 옥죄고 있는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는 등 시장경제와 기업활동을 독려하려는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정말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속한 보험업을 포함한 금융권에도 다양한 규제가 존재한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경제적 규제는 4,674건으로 전체 규제의 33.6%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정부 규제는 대부분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 유지와 소비자보호 등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다만 금융회사에 과도한 부담을 야기하거나 창의적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산업은 무한대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지식산업으로 천연자원이 부족한 반면 인적자원이 우수한 우리나라에 적합하다. 특히 생명보험은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으로써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중국ㆍ베트남ㆍ태국 등 해외 각국에 진출해 있다. 따라서 국가 산업전략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저금리 지속, 증시 침체 등 금융업권을 둘러싼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벼는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금융ㆍ보험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육성 의지가 절실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