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얏트 호텔의 김봉영(60)씨가 「호텔로 출근하는 여자」(세계의 여성들 펴냄)를 출간했다. 올연말이면 정년을 맞는 그는 30여년간 국내외 호텔에서 주로 홍보업무를 맡아 「호텔홍보의 대모」로 불리는 인물.67년 남편과 함께 미국 하와이로 유학을 갔다 생활비를 벌기위해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놓은 카할라 힐튼호텔 시절부터 90년 아태지역 하얏트호텔 체인에서 주는 「올해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매니저상」을 수상하기까지 과정을 담담하게 얘기한다.
『나의 삶은 아주 평범했다. 그러나 평범하면서도 성실한 삶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김씨. 그는 93년 보일러가 폭발하는 바람에 클린턴의 방한이 무산된 일, 88년 올림픽때 돌사자상을 훔친 미국의 금메달리스트등 그동안의 애환과 에피소드를 조용히 더듬어나간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에는 어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화려한 삶이 담겨 있진 않다. 그러나 「여자가 호텔에 다닌다」는 타인들의 이상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IMF 한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정년을 마친 한 직업여성의 은밀하면서도 치열한 투쟁이 담겨있다.
또 자살하기 직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다 야스나리, 시종일관 어두운 얼굴로 수영과 운동만 하던 영국의 다이애나비, 분청사기니 조선백자를 사지않고 김장항아리를 쇼핑하던 찰스황태자, 마실 물마저 미국에서 가져온 클린턴 대통령 등 명사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짭짤하다. 이밖에 호텔에서 일하고 싶은 여성에게 주는 조언, 호텔매너 등도 담았다. 【최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