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제금융전 연쇄부도 우려/금리 연일폭등 자금시장 마비

◎4대그룹 금리불문 자금확보 나서/종금사 콜자금도 못구해 “전전긍긍”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들어오기도 전에 우리 경제가 거덜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은 기업이든 금융기관이든 자금시장에서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삼성, 현대 등 그동안 자금시장을 간신히 지탱해온 초우량기업들조차 자금조달길이 막히며 돈의 흐름이 갈수록 심하게 왜곡되고 있다. 이제 법정상한선인 연25%를 향해 줄달음질치고 있는 주요 금리는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25일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연17.6%로 전날보다 또다시 1.55%포인트 상승했으나 거래물량은 대우기전과 현대전자의 당일발행물 3백억원에 불과했다. 채권시장이 이처럼 냉각되자 삼성전자는 발행물량 1천억원어치를 되사갔으며 기발행물량은 연18% 이상에서 소량 거래됐다. IMF구제금융이후 재정긴축, 통화긴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초우량기업들까지 금리불문하고 일단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나선 결과다. 기업들의 자금가수요는 곧 금리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채권시장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지면서 4대 그룹이 기업어음(CP)발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나 이마저 여의치않다. 연21.05%까지 금리를 제시하고 있지만 인수금융기관을 찾기가 어렵다. 물론 4대그룹이외에는 CP시장에 얼씬도 못하는 실정이다. 콜금리는 연15.30%에 머물고 있으나 현재 자금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5일 하루에만 종금사들이 필요로 하는 콜자금은 2조7천억원에 달하는 실정. 많은 종금사들이 금리불문하고 3백억∼5백억원 가량의 콜자금을 차입하겠다고 나서는데 비해 은행권은 『언제 망할지 모르는 종금사들에 돈을 빌려줄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들지 못하는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들어 부쩍 심해지고 있어 종금사 연쇄부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4일 11개 종금사가 1조4천억원의 자금을 새벽까지 막지 못했다. 금융기관들 못지않게 기업들 사정도 최악으로 치닫고있다. 부도위기에 직면한 종금사들이 너도나도 기업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면서 2금융권 자금을 많이 가져다 쓴 기업들은 엄청난 자금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부도위기에 놓인 종금사들이 초우량 대기업에 대한 대출까지 회수하고 나서는 실정이다. 은행들은 대출은 물론 어음할인까지 중단했다. 기아그룹 협력업체의 경우 기아자동차 법정관리 신청후 새로 받아든 어음을 할인해주는 금융기관이 전혀 없어 이전보다 훨씬 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무역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은행들은 이미 기한부 신용장과 인수도조건(DA) 서류의 취급을 사실상 중단한데다 이달말께 일람불신용장(At Sight LC)에 대한 한도마저 없앨 움직임이다. 일람불신용장은 외상결제방식인 기한부신용장이나 DA와 달리 열흘이내에 대금이 결제되는 것으로 사실상 현금결제와 다름없지만 이마저 은행에서 현금화하기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은행들 나름대로 『금융기관 통폐합에 대비하려면 은행권이 그런 위험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는 절박한 판단에 따른 자구책인 셈이지만 무역업체들은 운명이 갈린 중대한 문제다. 이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수입거래수요가 대거 몰리는 다음달초 무역업계들의 연쇄도산은 불가피할 전망. 재벌그룹계열 종합상사들이 우선적으로 자기계열 업체의 신용장을 처리해주는 반면 협력 중소업체의 신용장은 마냥 뒤로 미루고 있다. 금융위기는 중소제조업체들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조만간 회사채수익률의 경우 연20%, CP수익률의 경우 법정상한선인 연25%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고금리를 주고도 실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데 있다. 멕시코의 경우 IMF구제금융직후 연60% 수준까지 시중금리가 치솟은 데서 보듯 금리예측은 이제 무의미하다는 것. 자금시장 관계자는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모두가 판단능력을 상실한 듯하다』며 『이젠 IMF긴급지원자금 조기유입과 함께 자금흐름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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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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