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학등록금을 3배로 인상하는 대학 학비인상안이 학생들의 격력한 반대 시위 속에 9일 오후(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했다. 영국 하원은 이날 학비인상안을 표결에 부쳐 323대 302로 가결했다.
이번 인상안은 2012학년도부터 대학생이 내야하는 학비를 현재의 1인당 3,290 파운드에서 최고 9,000 파운드(한화 약 1,620만원)로 올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학비인상안 의회 처리에 맞서 학생 등 2만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런던 도심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인근 도로를 점거한 채 의사당 방향으로 행진하며 항의했고 웨일스 카디프, 스완시, 브라이튼 등지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불을 피우고 진압 경찰에 피켓과 오물, 콘크리트 조각 등을 던지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과격한 양상을 보였다.
시위대는 경찰이 의사당 방면으로의 행진을 막자 긴축재정안을 마련한 재무부 건물로 몰려가 창문을 뜯어내고 현관문을 부수면서 진입을 시도, 경찰과 밤늦게까지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학생 일부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학생 2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특히 일부 시위대는 대표적 쇼핑가인 리전트 스트리트에서 자선공연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찰스 왕세자 부부가 탄 차량을 발견하자 발길질을 하는가 하면 유리창을 가격하고 흰색 페인트를 던졌다.
차량은 그러나 곧바로 시위대 사이를 빠져나갔으며, 왕세자 부부는 예정대로 자선공연을 관람했다. 왕실은 발표를 통해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립정부는 정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재정을 추진하면서 대학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학비인상안을 밀어 부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비가 인상되면 졸업할 때 융자금으로 1인당 3만~4만 파운드 의 빚을 지게 된다면서 정부 재정의 어려움을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생은 물론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까지 반대 시위에 가세하는 등 반발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
자유민주당은 지난 5월 총선에서 학비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연정에 참여한 뒤 공약을 뒤집어 당 안팎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날 표결에서도 자민당 소속 의원 57명 가운데 21명이 반대하고 8명이 기권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자민당의 내분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