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 주식형펀드 대량 환매 사태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한동안 펀드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고금리 예금상품이 큰 호응을 얻고 있고 금과 같은 실물투자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도 부쩍 늘어나는 분위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금리인상 여파로 은행들이 앞 다퉈 내놓은 고금리 예금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 9일 출시한 특판예금인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은 5일 만에 8,300억원을 유치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계속된 증시 활황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고객들이 예금에서 펀드로 갈아탔지만 최근에는 만기가 돌아온 예금의 돈을 찾지 않고 특판예금에 다시 예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연 5.8%의 금리를 주는 국민은행의 ‘와인정기예금’의 경우 하루 평균 300억원가량 판매됐지만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로 하락한 16일에는 평소보다 두배 이상 많은 700억원어치가 팔렸다.
주가급락 여파와 함께 국민은행이 이날부터 와인정기예금의 금리를 0.1%포인트 올렸기 때문이다. 와인정기예금의 현재 잔액은 1조8,402억원으로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특판을 준비 중이다.
금 관련 상품에 대한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유유정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과장은 “평소에는 문의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 주가가 요동치면서 앞으로 금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지 등 금 관련 투자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고객이 자신의 투자 성향을 반영해 국채ㆍ은행채ㆍ양도성예금증서 등 운용대상을 지정하면 은행이 이를 운용해 수익을 내는 특정금전신탁의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
9일 기준 특정금전신탁 수탁액은 65조3,380억원(한국은행 집계)으로 7월 말보다 1조2,213억원이나 늘었다. 이와 함께 일부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은 머니마켓펀드(MMF)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과 같은 단기 시장성 상품에 돈을 유치하면서 저가 매수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