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상장사인 A사는 최근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지난 2010년 77억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지만, 올 초 최종 계약금액이 6억7,000만원 대로 확정됐다고 변경 공시했기 때문이다. A사는 이 때문에 벌점 2점 대신 벌점 1점당 200만원씩 총 400만원의 공시위반 제재금을 내야 했다.
#시가총액 10조원인 S사는 횡령혐의 관련 조회공시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허위 공시했다는 이유로 지난 3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서 벌점 3점을 받았다. 벌점은 A사 보다 많았지만 S사에게 부과된 제재금은 300만원에 불과했다. 벌점 1점당 100만원씩 밖에 부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공시 규정을 만들면서 같은 공시위반이라도 코스닥 기업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제재 수위를 낮게 책정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공시를 위반했을 때 벌점 1점당 100만 원(상습 등 2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코스닥시장은 두 배가 많은 200만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점 누적 기간도 코스닥 기업이 더 길다. 유가증권시장은 벌점 누적 기간이 1년으로 한 해가 지나면 자동 소멸되지만, 코스닥시장은 두 배나 긴 2년이다. 상장기업은 벌점이 쌓여 15점이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따라서 벌점과 제재금에 대한 코스닥상장 기업들의 부담이 유가증권시장 기업들 보다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제재 수준이 다른 것은 두 시장의 규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2005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거래소로 통합됐지만, 규정은 여전히 따로 두고 운영한다. 두 시장의 특성이 달라 각 시장에 맞는 규정을 정해 따로 관리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거래소에서는 코스닥시장의 공시위반 제재 수준이 유가증권시장보다 높은 것이 시장의 특성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보다 코스닥시장에 상대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는 기업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차단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다 엄격히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대기업의 공시 위반에 대한 제재 수위가 약하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한 코스닥 상장업체의 공시 담당자는 “최근 한화 사태 때 이례적으로 거래소가 빠른 결정을 내린 것도 그만큼 대기업이 시장에서 갖는 책임이 크다는 의미”이라며 “그런데도 대기업의 공시위반과 같은 잘못에 대한 처벌 수준이 코스닥기업들보다 낮다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공시위반 제재금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약 3,200만원, 코스닥시장의 경우 약 3억9,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