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일자리 전쟁은 없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중고령자의 조기퇴직을 유도해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이 오히려 두 계층 모두의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일자리 대체효과는커녕 청년층 고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중고령자의 고용률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내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국 청년고용과 중고령자 고용의 대체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청년층의 고용률은 낮고 중고령자의 고용률은 높은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그룹에는 우리나라 외에도 일본ㆍ스웨덴이 포함된다.
보고서는 이 그룹 국가의 경우 세대 간 일자리 대체설이 부각되기 쉬운 유형이지만 정작 이 가설에 따라 조기퇴직 정책을 추진할 경우 두 계층의 고용률이 모두 낮은 그룹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청년층과 중고령자 모두 고용률이 낮은 그룹에는 벨기에ㆍ그리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ㆍ프랑스 등이 해당된다.
보고서는 "이들 국가의 경우 조기퇴직정책을 추진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두 계층의 취업률이 모두 낮다"며 "이는 중고령자가 일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이것이 청년층의 고용증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조기퇴직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오히려 총 노동비용이 상승하며 사회보장기여금이 증가하면서 순임금이 쪼그라들고 고용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악순환이 양산됐다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청년층과 중고령자의 고용률이 모두 높은 그룹에는 미국ㆍ노르웨이ㆍ스위스ㆍ호주ㆍ캐나다ㆍ덴마크ㆍ영국ㆍ뉴질랜드 등이 속한다. 이들 국가는 퇴직유인이 크지 않았고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로 세대 간 일자리 상생관계가 나타났다. 결국 청년실업과 고령자노동 모두 노동 수요 확대라는 공통된 실마리로 풀어야 답이 나온다는 결론이다.
보고서는 "세대 간 일자리 대체설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청년층 고용을 늘리면서 청년층이 기피하는 저임금 노동에 집중된 노인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