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리 내리나마나… 양적완화 회의론 확산

●중국, 낮은 금리에도 중기 대출 꺼려… 은행 문턱 높아 사금융 의존<br>●유로존, 은행권 저금리 자금 조달 난항… ECB 금리 인하와 상관없어<br>●미국, 이미 시중에 풀린 돈 많아 QE3 큰 효과 거두기 어려워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3대 축인 미국ㆍ중국ㆍ유럽이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를 넘기 위해 앞다퉈 양적완화 카드를 쓰고 있으나 이 같은 조치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국가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이 낮은 금리에도 대출을 꺼리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들도 자금조달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미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린 것으로 보여 3차 양적완화(QE3)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국내총생산(GDP)의 60%, 고용의 7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불과 두달 사이 기준금리를 최대 0.5%포인트나 낮췄다.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냉담한 분위기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내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은행권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준다고는 하나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 사업을 확장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09년 은행에서 40만달러를 사업비 명목으로 대출한 한 면직공장 사장은 "사업규모가 지난해의 3분의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권의 지나치게 까다로운 대출절차와 고객신용등급 계산방식도 중소기업의 대출을 막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높은 은행 문턱에 막힌 중소기업은 측근에게 돈을 빌리는 등 일명 '그림자 금융'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그림자 금융 규모는 10조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중소기업 대출 촉진→소비ㆍ투자 확대'라는 본래의 타깃에서 벗어나면서 엉뚱한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방정부나 공기업이 낮은 금리에 현혹돼 대규모 대출을 감행, 자금을 엉뚱한 곳에 써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지금도 10조7,000억위안에 달하는 지방정부 부채와 3조위안에 이르는 부실대출에 기름을 끼얹게 돼 금리인하가 은행권 부실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8일 기준금리를 사상최저(0.75%)로 인하하는 등 불과 8개월 만에 세 번이나 금리를 낮춘 유로존에서는 각국 은행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다. 현실적으로 은행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가 아닌 각국의 국채금리에 따르기 때문에 ECB가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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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크리스티앙 누아레 ECB 정책위원이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에는) 통화정책 이전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상황을 진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외에도 회원국 내 경제상황이 각기 다른 가운데 일률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함으로써 경제불균형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경기부양 카드를 아끼고 있는 미국 또한 QE3와 같은 강수를 둔다고 해도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비롯한 기준금리가 이미 기록적으로 낮아져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양적완화가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FRB는 2008년 12월 이후 거의 제로(0)에 가까운 기준대출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오는 2014년 말까지 이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7일 블룸버그통신에 출연해 "자금이 시중에 너무 많이 풀렸고 빚도 많다"면서 "벤 버냉키 의장이 '마법의 탄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ㆍ유럽을 중심으로 추가 금리인하가 점쳐지고 있지만 장애요인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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