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지구촌 부자 리포트

'금융자산 100만弗이상' 올 7.3%늘어 826만명<br>美·유럽 ⅔ 차지속 브릭스 약진, 유대계 아성 넘봐<br>"세계화로 돈이 돈 번다" 빈부격차 해소 과제로



『부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전 지구적 현상이다. 금맥을 찾아 헤매던 지난 세기 노다지 광풍이 이제 한 세월을 건너 뛰어 ‘돈맥’(脈) 찾기 열풍으로 바뀌고 있다. 산업 패턴, 국가간 경제 질서에서도 변화가 따를 전망이다.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부자학의 실태를 진단해본다.』 ▦밀려드는 부자들=부자들이 지구촌 이곳 저곳서 막 생겨나고 있다. 관련 통계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빠른 증가는 분명 대세다. 업데이트된 자료인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컨설팅회사 캡제미니 공동 발간 ‘2005 세계 부(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용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만 100만 달러 이상인 고액 순자산 보유자는 전 세계적으로 826만8,100명. 전년 대비 7.3%가 늘어난 숫자다. 또 이들이 보유한 자산 총액은 30조8,000억 달러로 8.2%가 늘었다. 특히 3000만 달러 이상 최상위 부유층 숫자는 7만7,500명으로 역시 전년대비 8.9% 증가, 하위 계층 증가율을 앞질렀다. 부자들의 이 같은 증가세와 함께 추세 변환도 흥미롭다. 북미지역 부자수(270만명)가 유럽(260만명)을 앞지른 것은 최근 수년 미국과 유럽의 경제 성장세에 대한 반영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향후 5년간 북미 지역은 전 세계부자 평균 자산 증가율을 넘는 8.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미-유럽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추세 속 아시아지역 부유층 숫자는 230만명, 이들 총자산은 7조2000억 달러로 성장세가 만만치 않다. 부유층 인구 3분의 2가 여전히 북미와 유럽에 집중돼 있지만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권 부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건 의미를 간과할 수 없는 메가 트렌드다. ▦신흥권 부자 강세…산업구조 등에도 큰 영향=신흥권 중에도 부자들의 부상(浮上)이 돋보이는 그룹은 단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화국) 군(群)이다. 고도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이들 국가들에서 부자가 탄생하는 패턴은 먼저 △석유 등 원자재 개발 및 수출 관련(중동 러시아 남아공화국), 그리고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한 부자(중국 인도 브라질)로 크게 대별된다. 실제 부자 증가율 순위를 보면 1위 싱가포르(22.4%)에 이어 남아공화국(21.6%)이 2위, 인도는 14.6%로 8위, 한국의 경우 10.5%로 8위에 올랐다. 포브스 등 세계 부자 순위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기관들의 통계에서도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부자들 수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신흥권 부자들의 이 같은 약진은 국가간 경제 질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 그리고 국제자본 시장에 작용하는 이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거시적으로 이는 미 뉴욕 월스트릿에 포진한 유대인 거대 자본의 아성에 대한 도전의 의미인 측면도 있어 세계금융자본계를 좌지우지하는 미 월스트릿-재무부(W-T) 체제의 구조에도 향후 변화 요인이 될 개연성이 있다. 산업에서의 변화상도 주목된다. 이를 테면 부자 자산관리 관련 산업 분야가 크게 성장하고 제조 및 서비스업에서의 부자 마케팅은 앞으로 영역 확대와 함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자산관리시장은 전년의 78조2,000억 달러보다 9.4% 성장한 85조3,000억 달러 규모다. BCG는 전 세계위탁자산 규모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연 평균 4%씩 성장, 2009년엔 105조3,000억 달러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후 세계 최고 ‘부’의 시대를 산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시기를 맞으며 이들의 재산이 아래 세대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부의 이동을 수반, 산업 구조 전반을 흔들 수 있으리란 분석이다. 한편 글로벌 조세 시스템이 혁명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현재 미국 총생산보다 많은 11조5,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부호들의 해외 은익 재산도 지속적으로 증가, 글로벌 지하 경제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부자 증가로 세계 금융지배체제 변화 가능성…빈부차 등 부작용 과제=신자유주의 세계화. 부자가 급증하고 부의 쏠림이 일어나는 전(全) 지구적 현상의 바닥에 깔린 원인이다. 세계화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노동 소득의 증가보다는 돈이 돈을 버는 자본 소득의 증가율을 더 커지는 체제라는 점. 이는 필연적으로 주식 등 글로벌 시장 메커니즘 이해의 정도가 부를 키우는 결정적 요소가 되고 그 결과가 지구촌 빈부 격차를 더 벌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본이 대상인 ‘게임의 법칙’에 능한 기득권층이 자본과 기술 모두를 독점하며 부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구조를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수년 통계는 지구촌 부자들 자산 증식의 방향성을 수치로서 입증해주고 있다. 즉 부의 증식 수단으로서 주식을 필두로 펀드와 파생상품 등 대체투자 상품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외국 부유층의 자산 배분 전략을 살펴볼 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과 펀드 등 대체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비율을 늘리면서도 전체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는 균형적으로 가져가는 추세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커져 가는 빈부격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10억 명이 전세계 국내총생산 80%를 차지하고 후진권 50억명이 나머지 20%를 차지하는 이른바 ‘80대 20’의 지구촌이 ‘90대 10’의 구조로까지 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빈부차 해소를 위한 국가간 공조 노력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자학=금융학’이라 할 만큼 이제 자본의 게임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각 국가 또는 개인별로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세계는 그런 상황 속에 금융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월스트릿ㆍ유대계 자본을 가운데 두고 중국 화교권과 함께 브릭스의 신흥 자본이 주변에서 포진ㆍ압박하는 형국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 헤게모니, 그리고 부의 선점을 향한 전쟁의 시작이다. 부자들이 그 앞장을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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