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동차 강국을 만들자] 2. 협력업체 경쟁력이 관건

부품업계 세계수준도약 아직 먼길 >>관련기사 국내 자동차산업은 경제침체와 대우차 부도여파등 여러 악조건과 선진 메이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올해 내수ㆍ수출을 합쳐 300만대 판매로 세계 5위권을 굳건히 지킬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의 EF쏘나타ㆍ싼타페, 기아차의 옵티마ㆍ카니발등은 워싱턴포스트등 미국과 유럽의 유력언론으로부터 '품질좋은 차'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한국차는 싸구려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났다. 이는 현대ㆍ기아등 완성차업체는 물론 협력 부품업체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부단하게 기울인 결과다. 하지만 국산차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는데도 완성차업체에 비해 부품업체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대우차 인수가 확정되면 외국 부품업체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국내 부품업계에도 큰 회오리가 몰아쳐 강자만이 살아남는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상을 높이려면 부품업체의 경쟁력 강화가 선결과제다. 11월초 현대ㆍ기아차가 양사의 협력업체 협의회를 통합한 것도 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 취약한 부품산업 현주소 국내 부품산업은 그동안 해외시장 진출등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은 세계수준과 거리가 있다.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규모부터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선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가 일본등 선진국에 비해 너무 많다. 현대차의 1차 협력업체는 370개에 이르고 있고 기아는 450개, 대우차도 478개에 달한다. 일본의 도요타(220여개), 닛산(160여개)과 비교할 때 최고 2~3배나 많다.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중심으로 부품산업을 재편, 품질 향상을 꾀한 일본의 예처럼 협력업체의 경쟁을 유도해 적절한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1개 완성차업체에만 거래하는 부품업체 비중이 지난 97년 57%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58%를 넘는등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로인해 부품업체의 완성차업체 의존도만 높아졌다. 유현덕 아모스컨설팅 대표는 "모기업과 한번 맺은 인연은 큰 과오가 없는한 변하지 않는다는 관성법칙이 절대적"이라며 "자유시장 경쟁논리, 생존경쟁에 따른 경쟁력 확보보다는 인연 유지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자동차공업협동조합에 속한 1,000여개 부품업체 가운데 연간 1,000억원이상 매출을 올리는 곳은 고작 10여사에 불과하다. 그나마 상위 40여개사가 전체 납품액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해 매출이 20억원 미만인 곳이 600개사가 넘는다.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기술개발 능력도 떨어져 '승인도 부품'(부품업체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부품을 완성차업체가 받아들이는 것) 비율이 33%로 일본(70%)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 부품업체 역할 확대 지금은 환경이 변했다. 기술개발은 소홀히 한 채 완성차업체에만 의존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도 부품업체의 경쟁력 개선이 없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90년대이후 세계 자동차산업은 ▲ 글로벌화 진전 ▲ 모듈생산및 조립의 확대 ▲ 환경및 안전관련 기술의 중요성 부각등 시장환경이 급속히 변했다. 부품업체들의 역할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먼저 글로벌 공급능력을 들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등으로 세계시장이 확대되고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ㆍ공급할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동차업체의 생산거점도 글로벌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세계 각 생산거점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그룹내 기업들간 부품 공동구매와 부품 공용화 등이 확대되고 있어 부품업체의 글로벌 공급능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두번째는 모듈화에 대한 대응능력이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완성차업체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전략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개발기간을 단축, 소비자들의 요구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부품의 모듈화를 적극 추진중이다. 그만큼 부품업체들의 모듈 개발 및 공급 능력이 중요해졌다. 특히 협력업체가 자체적으로 설계 및 기술개발 능력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게 됐다. 모듈화와 글로벌화는 결국 부품업체의 대형화로 귀결된다. 대형화를 통해 완성차업체와의 수직적 거래관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원가절감 및 연구개발, 해외마케팅에 적극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또 강화되고 있는 환경문제 대응방안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류기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완성차업체는 부품업체가 더많은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제 부품업체는 단순히 주어진 부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경향을 조사하고 여기에 맞는 제품개발을 주도하는등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품업체 구조조정 가속화 국내 자동차산업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부품업체의 경쟁력 제고가 관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GM을 포함한 해외 자동차업체의 본격 상륙등으로 부품업계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업체와 단제품 생산업체 정리등을 통해 앞으로 부품업체수가 완성차업체 1사당 300개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함께 생산 품목과 공장위치 등을 감안한 자발적인 인수합병을 거쳐 부품업체의 대형화ㆍ전문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따라 현재 1,000개를 넘는 1차 부품업체가 500~600개 수준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게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송상훈 동원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 체제에서 자동차업계의 경쟁은 완성차, 즉 현대ㆍ기아차만의 경쟁이 아니고 경쟁력을 갖춘 협력업체와 함께 하는 시스템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임석훈기자 /최원정 산업부기자 /김인영 뉴욕특파원 /신경립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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