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꿈만같다" 환호 "못믿겠다" 침통

"꿈만같다" 환호 "못믿겠다" 침통남북 이산상봉자 선정...엇갈린 희비 『드디어 만나게 되는구만요. 동생을 만날 생각을 하니 요즘은 하루가 십년 보다 더 길게 느껴집니다』 『이제야 살아있다는게 실감납니다.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 남과 북의 이산가족상봉자 100명씩, 모두 200명의 명단이 발표된 8일 북측에 친지를 둔 남측 가족들은 이같이 환호성을 질렀다. 북측이 통보한 서울방문단 100명 속에 오빠 백기택(68)씨가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접한 여동생 백문옥(67·서울 도봉구 창동) 할머니는 『북측에서 오빠 소식을 처음 통보했을 때만해도 이게 꿈인가 싶었는데 진짜 만날 수 있다니 이제서야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오빠가 살아있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는 말로 벅찬 마음을 대신했다. 지난 83년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들며 이산의 아픔을 느끼게 했던 KBS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진행 아나운서 이지연(52·여)씨는 8일 「8·15 이산가족상봉 서울방문단」에 오빠 래성(68)씨가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고 『오빠가 오시면 먼저 전북 군산에 있는 부모님 묘소를 찾아 성묘하고 내가 근무하는 방송국에도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우리 가족들은 오빠를 위해 부모님 생전의 모습과 네 자매의 사진들을 모아 가족앨범을 꾸몄다』면서 『몇일 전에는 부모님 묘소를 찾아 묘비에 오빠의 이름이 크게 새겨져 있는 것을 찍어 앨범에 꽂아두기도 했다』며 설레이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북에 살고 있는 상봉대상자 가운데 최고령인 109살의 어머니 구인현씨를 만나게 된 장이윤(張二允·72·부산시 중구 영주동)씨는 『어머니 품에 안겨 마음껏 울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울먹였다. 지난달 27일 북한에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설레임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씨는 『매일 집근처인 초량동 궁수사와 장군암 등 사찰에 나가 109살의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불공을 드리고 있다』며 『오늘 오후 온가족이 모여 어머니에게 전달할 선물에 대해 의논을 하고 내일부터 선물을 사러다닐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지난번 북측가족 생사확인 때 부모와 7명의 남매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남동생 기조(67)씨만 만날 수 있게 된 김희조(72·여·부산시 해운대구 반여동)씨는 『53년만에 남편도 없이 친정에 가니 허황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그러나 『남동생만 살아 있어 방북대상에서 2순위로 밀려나지 않을까 가슴을 졸였는데 다행히 갈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을 말로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연도 많다. 8·15 이산가족 상봉을 불과 일주일을 앞두고 맏아들 안순환(65)씨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덕만(87·여·경기 하남시 초일동) 할머니가 지난달 30일부터 위암으로 서울중앙병원에 입원하고 있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위암 2기로 지난달 북에 아들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난 뒤부터 밤잠을 설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못해 몹시 쇠약해져 수술하기도 어려운 이씨는 『북에서 오는 아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여행도 다녀야 하고 흰쌀밥도 지어줘야 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번 상봉자명단에 들지못해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만 하는 김명심(64·부산시 해운대구 재송동 1146)씨는 『여동생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침 이모님(75)도 집에 다니러 오셔서 함께 기뻐해주셨는데 당장 동생을 만날수 없다니 목이 메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윤종열기자YJYUN@SED.CO.KR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8/08 17:58 ◀ 이전화면

관련기사



윤종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