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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구불구불 통로 걸으며 곡선의 아름다움 만끽

메세나폴리스의 공공보행로는 어느 곳 하나 막히지 않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끊임없이 연결돼 있다.

구불구불한 통로를 걷다가 닿게 되는 중앙광장에서는 원형의 아름다움과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메세나폴리스를 걷다 보면 마치 협곡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부드러운 곡선이 이어지며 어느 곳 하나도 막히지 않고 끊임없이 연결돼 있다. 구불구불한 통로를 따라가면 길을 잃을 것 같다가도 새로운 조각상이나 정원, 점포 등을 발견하는 재미를 찾게 된다.

통로가 계속해서 이어지기는 하지만 답답하지는 않다. 길이 비교적 넓고 자연광이 넉넉하게 들어오는데다 중간중간 보다 넓은 공간을 만나게 되게 때문이다. 방문객들이 몰려도 길이 막히거나 쉽게 붐비지도 않는다. 곡선의 통로에서 생기는 여백은 사람을 모이게도 했다가 또 흘러가게 한다. 박종기 이웨스건축 대표는 "구불구불한 동선 설계로 흥미를 유발하고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의도도 있었다"며 "천장이 막혀있지는 않지만 구조물이 있어서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상가점포가 밀집돼 있는 지하 1층을 줄곧 걷다 보면 분수대가 설치된 중앙 광장에 다다르게 된다. 도중에 카페와 의류매장 앞으로 물길이 나 있어 시원한 분위기도 연출되는데 곳곳에 놓인 꽃과 화분, 나무들이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친다. 도시의 세련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중앙 광장에 다다르면 자연스럽게 누구나 천장을 바라보게 된다. 둥그런 모양으로 뻥 뚫린 곳에 곡선의 철골 구조가 다양하게 수를 놓았고 무지개 우산들이 다채로운 색을 뽐내고 있다. 우산에 들어가 있는 색 역시 두 가지 패턴으로 뒤섞여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중앙광장을 지나 만나게 되는 다양한 형태의 계단과 오르막길, 통로에서 모두 곡선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된다. 수십 번을 왔다 가도 질리지 않을 듯한 풍경이다.

동선이 자유로운 유선형 설계는 궁금증과 탐색의 재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많은 유통업체가 도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설계를 도입한 것은 메세나폴리스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합정동 균형발전촉진지구의 첫번째 사업으로 지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메세나폴리스의 경우 서울도심과 상암, 영등포, 용산 부도심을 연계하는 위치인 만큼 인근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광역 수요를 만족시킬 만한 상가와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메세나폴리스는 아파트와 상가·오피스 비율이 연면적 기준으로 55대 45로 구성됐다. 일반 주상복합쇼핑몰의 경우 아파트의 비율이 8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할 때 상가·오피스 비율이 두 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여기서 시공사와 설계사의 고민이 컸다고 한다. 일반적인 아파트 단지처럼 박스형으로 설계해서 상가시설을 몰아넣을 경우 접근성이 좋은 대로변 위주로만 분양이 잘되고, 안쪽 상가는 대부분 미분양 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메세나폴리스를 박스형으로 짓게 되면 공실이 발생하고 방문객의 발길이 끊기는 등 버려지는 공간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대형 복합시설이지만 어느 층에서도 접근과 이용이 편리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땅·건물·도시 그리고 사람과 어우러지게 설계"

■ 설계자, 박종기·이영환 이웨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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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배려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규모 사업인데다 주거, 업무, 상업, 문화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지만 사람과 장소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도시와 단절되지 않도록 설계한 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메세나폴리스의 설계를 맡은 박종기(사진) 이웨스 공동대표는 사람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땅에 건물을 세우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연결을 중시하는 것이 좋은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거주자든 방문객이든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처음 메세나폴리스 사업을 제안받고 현장답사를 했을 때 땅의 고저 차가 심해 고민이 많았다"며 "땅의 특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메세나폴리스는 기존 땅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층과 높이를 활용해 지어졌다. 지하 1층에서부터 3층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막힌 계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메세나폴리스를 방문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층과 층 사이의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짐을 알 수 있다.

건물 외관 역시 사람들이 위압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무거운 느낌을 감소시키기 위해 가벼워 보이는 소재인 유리를 많이 사용했고 저층부의 경우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돌, 목재 등 자연적인 소재를 활용했다.

메세나폴리스를 함께 설계한 이영환 이웨스 공동대표는 "특히 곡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게 했다"며 "타워 동은 날개벽과 비대칭 삼각 공간을 연속적으로 적용해 자칫 육중해 보일 수 있는 단점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도 들어간 만큼 주거동의 사생활 보호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상업·문화시설과의 동선을 분리하면서도 주거동의 주민들은 음식점 등 판매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한강 조망권을 최대한 확보한 것도 메세나폴리스의 설계 특징이다. 동간 거리를 넓히고 건물을 삼각형으로 만들어 가능한 모든 가구에서 한강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규모가 큰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자연으로부터 닫혀있는 공간은 버려져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사람과 자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건축이 작품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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