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8월 19일] 일본 기업문화의 힘

[기고/8월 19일] 일본 기업문화의 힘 한정현 KOTRA 일본지역본부장 일본은 지난 1964년 도쿄올림픽개최 이후 프랑스ㆍ영국ㆍ독일(당시 서독)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최근 이 자리를 위협하는 중국의 위상이 커지고 있는데다 인도를 비롯한 신흥 경제대국들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 위기감을 느낀 일본정부는 몇 년 전부터 야심찬 일본형 신성장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이 믿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극찬한 초정밀 가공기술 등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문화라는 소프트 파워를 융합해 ‘매력 있는 국가, 일본’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태도가 중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발전전략에 박차를 가하는 일본과 베이징올림픽의 열기로 탄력을 받은 중국, 양국의 틈에서 살아남을 방안을 세워야만 한다. 한일관계는 독도문제로 냉랭해진 상황이며 경제적으로 대일 무역적자폭이 커지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일 무역적자는 우리 기업들이 핵심부품과 장비를 일본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단기적으로는 대일수출 유망품목을 중심으로 일본시장 개척을 강화하고 일본기업의 대한국 투자유치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인 기술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수출이나 투자유치 등으로 무역적자를 개선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기업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축적하게 된 경험은 우리 기업에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일본기업이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일본의 기업가정신(장인정신)과 기술이 우대받는 사회풍조다. 일본은 제조업이라는 단어보다는 모노쓰쿠리(ものつくりㆍ물건 만들기)라는 말을 선호한다. 단순한 제조가 아니라 기업가의 혼이 들어 있는 물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아프지 않은 주삿바늘 ‘나노패스33’을 개발한 오쿠노공업(도쿄 스미다구 소재)의 오쿠노 사장은 매일 3~4회 인슐린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병 환자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3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한 뒤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모기침만한 가는 주삿바늘을 개발했다. 오쿠노 사장은 다른 곳에서는 만들 수 없는, 오쿠노공업만이 만들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기술개발에 도전하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느낀다고 한다. 둘째, 장기적인 안목과 끈질김을 들 수 있다. 일본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에는 100년 넘게 단일품목에 집중해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기술은 정보통신이나 바이오기술과 같이 혁신적인 신기술개발에 의한 것보다는 우직(愚直)할 정도로 매일 조금씩 개선한 결과가 대부분이다. 도요타자동차에 베어링을 납품하고 있는 다이호공업은 창업 후 60여년간 자동차용 베어링 생산만을 특화했다. 현재는 차량 에어컨용 베어링 한 품목에 대해 3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 시장의 40~60%를 점하고 있다. 셋째, 세계 최고의 기술력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미래에 대비하는 준비성과 ‘거만함에 대한 경계심’ 같은 특수한 문화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런 일본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기술개발은 단거리 육상경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해서는 결코 일본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오히려 우리 기업이 믿을 것은 일본을 능가하는 끈질김이 아닐까 한다. 30~40년 전 일본이 현재의 우리나라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지금과 같이 성장한 것처럼 우리도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행해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우리가 일본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더 많이 땀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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