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원 화장시설 환경친화 새명소로

건축문화대상 본상 수상 수원 화장시설 '연화장'"제가 설계한 공간이 많은 이들에게 안식을 줄 수 있어 기쁩니다." 수원시 연화장의 2002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수상을 하루 앞둔 21일 설계자 김동훈 진우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는 남다른 감회를 표현했다. 단순히 건축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수준을 떠나 연화장 자체가 지닌 사회적 의미를 제대로 평가받은 것에 대한 뿌듯함 때문이다. 완공 후 2년도 되지 않아 수원시 팔달구 하동 일대의 명소가 된 연화장. 항공사진 전문가까지도 대형 미술관인 줄로 잘못 알고 고공촬영을 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 시설이 들어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수원의 신규 화장장 건립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80년대부터. 기존 시립화장장이 들어서 있었던 팔달구 인계동 일대가 상업ㆍ주거지역으로 개발, 혐오시설의 이전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거세졌던 것이다. 시는 권선구 이의동을 비롯해 수십여곳을 돌면서 부지물색에 나섰으나 번번이 지역민의 반대에 부딪쳐야 했다. 그러기를 10여년. 장기간의 주민 설득작업 끝에 95년 어느 문중 소유의 땅을 지금의 연화장 부지로 확보할 수 있었다. 낙후된 하동 일대에 도시기반시설 확충과 화장장 내 수익사업의 주민위탁 등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땅 주인들로부터 협력을 얻어낸 것. 이는 국내에서 공익과 지역민의 이익을 동시에 아우르며 환경시설을 성공적으로 유치한 몇 안되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어렵게 성사시킨 사업이니만큼 설계자와 시공자의 노력도 각별했다. 김 대표는 연화장을 설계하다가 아이디어가 막히면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몇번이고 유럽과 일본으로 건축기행을 떠나는 성의를 보였다. 그는 "국내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화장장인 만큼 설계의 전체적인 틀에서부터 각 세부안까지 일일이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가며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해야 했다"고 말했다. 시공을 맡았던 대우건설도 설계안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다면 몇차례고 가설물을 지었다 부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연화장의 구석구석마다 일일이 설계자와 상의한 후에야 작업을 진행했을 정도다. 또 일반건축물이 아닌 제례(祭禮)공간인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부위의 시공까지도 남모를 정성을 쏟았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노력의 성과는 연화장 준공 후 확연히 드러났다. 연화장의 세련된 분위기와 훌륭한 시설관리에 대한 입소문이 돌면서 수원뿐 아니라 인접지역에서까지 화장수요가 몰린 것. 총용량 5만기의 납골당도 1년여 만에 6,000여기가 찼을 정도. 화엄경에서 불교의 이상향인 극락정토세계로 비유되는 '연화장(蓮華藏)'. 수원시 연화장은 지역이기주의를 넘어선 공익실현이라는 면에서 이상적인 모습으로 성숙해가는 우리 시민사회의 또 다른 지표로 평가된다. 민병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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