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생존의 여왕 이명환 "궁지 몰리면 없던 집중력 생겨"

올 상금 69위 시드 유지 '벼랑 끝'

첫 날 버디 3개로 상위권 올라

지난 시즌처럼 뒷심 발휘할지 관심

이명환이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지난 시즌 시드전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가 반전을 이뤘던 이명환은 올 시즌도 막판 드라마를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사진제공=KLPGA

프로 선수라면 대회 출전은 언제나 환영이다.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기 싫어하는 대회도 있다. 바로 '악몽' '지옥' 같은 수식어가 붙는 시드전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드전은 오는 11월11~14일(예선)과 18~21일(본선) 전남 무안CC에서 열린다. 다음 시즌 출전권을 놓고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는 곳이다. 31일 레이크힐스 용인CC에서 개막한 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에서는 시드전을 피하기 위한 상금순위 중위권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대회까지의 성적을 기준으로 시즌 상금순위 1~50위 선수만이 다음 시즌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금순위 51~70위 선수는 예선을 건너뛰지만 70위 아래는 예선부터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시드전에서 50위 안에 들지 못하면 내년 시즌 2부 투어로 밀린다.

관련기사



이날 중위권 선수들 중에서는 이명환(24·현대하이스코)이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 2011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이명환은 '생존의 여왕'이다. 지난 시즌 상금순위 56위로 벼랑에 서 있던 이명환은 마지막에서 두 번째 대회에서 3위에 올라 상금순위를 40위권까지 끌어올리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시즌 마감 때 이명환의 상금순위는 42위(8,600만원). 안전하게 시드를 유지했다. 3개 대회 연속 컷오프로 시드전이 유력해 보였으나 찬바람이 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을 냈다. 그런 이명환을 보고 한 동료는 "우승자도 안 부럽고 네가 제일 부럽다"고 했다. 올 시즌도 이번 대회 전까지 이명환의 상금순위는 69위(4,200만원). 하지만 이날 이명환은 버디 3개, 보기 1개로 2언더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생존 가능성을 키웠다.

이명환은 "시즌 종료까지 남은 2개 대회는 60명만 나가는 대회라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5등 안에 못 들면 다음 대회는 나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궁지에 몰리니까 없던 집중력도 생긴다"고 남다른 생존본능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자신을 벼랑에 세울 필요는 없다고 이명환은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시드전 가면 가는 거지, 가서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올해가 아니라도 내년도 있다는 생각으로 내려놓고 경기하는 거죠." 이명환은 데뷔 후 매 시즌 시드전을 피했다. 시드전에 대한 공포는 들어서 잘 안다. "그래도 웬만하면 안 가고 싶죠. 긴장도 엄청나고 날씨까지 추워서 덜덜 떨면서 친대요."

이명환은 홀인원과도 인연이 깊은 선수다. 데뷔 첫해 홀인원으로 1억8,000만원짜리 수입차를 부상으로 받는 등 4년 차에 홀인원만 3차례 했다. 이날 기아자동차 K9이 걸린 17번홀(파3)에서도 티샷이 홀컵을 훑고 나와 갤러리들의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이 홀에서 이명환은 버디를 잡았다. 아직 첫 승을 올리지 못한 이명환은 "우승도 하늘에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시드를 지키며 노력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