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가족과 함께 1년 중 가장 행복한 날이 되어야 할 크리스마스. 그러나 처량한 싱글은 고작 TV 특선 영화 따위를 벗삼아 쓸쓸한 하루를 보내야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개봉하는 ‘서바이빙 크리스마스’ 주인공이 딱 그 모습이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암울한 크리스마스를 뚫고 ‘살아 남고자’ 하는 한 사내를 우스꽝스럽게 그려낸다.
크리스마스에 애인과 피지로 여행갈 꿈에 부풀어있는 래덤(벤 애플랙)에게 청전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찾아 든다. 그의 애인은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며 그의 곁을 떠나 버린다. 이대로 명절에 혼자 방바닥만을 긁을 수는 없는 일. 래덤은 어린 시절 살던 집을 찾아가 그 곳에 살고 있는 가족에게 25만달러에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자고 제안한다.
기발하지만 한편으론 황당한 영화의 설정은 이내 블랙 코미디로 흘러간다. 제안을 받은 가족은 곧 이혼하기로 한 ‘콩가루’ 집안. 거액의 돈 앞에서 약해지는 이들 가족의 모습은 이해되지만 나름대로 멀쩡했던 래덤까지 망가져가며 기막힌 상황이 펼쳐진다.
캐럴을 부르게 하고 눈싸움을 시키는 것까지는 그런대로 나쁘지 않지만 계속되는 좌충우돌이 이들 가족의 위기를 구한다는 상황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결혼식 하객마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현실에 크리스마스를 돈을 주고 사겠다는 발상이 황금만능주의 시대엔 오히려 와 닿는다. 오히려 결말에 모든 갈등이 해결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면서 날카로운 블랙코미디는 성탄 특선 영화라는 한계에 갇힌 채 한 바탕 소동 수준으로 전락했다.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다는 생각보다 더 서글픈 건 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만한 돈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영화는 결코 현실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진리를 깨우쳐주며 크리스마스엔 어울리지 않는 쓴 웃음만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