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요즈마펀드 언제까지 우려먹나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가 난데없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우리도 요즈마펀드를 벤치마킹했으니 이제 그 다음 단계를 논의해야 할 때 아닙니까."

최근 만난 한 벤처투자 업계 인사는 각 부처와 기관들이 다시 또 이스라엘 벤처 생태계의 젖줄이 된 요즈마펀드의 성공사례를 꺼내들며 해묵은 얘기를 하는 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벤처투자 생태계 활성화 모델로 요즈마펀드가 숱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요즈마펀드의 운영모델이 10여년 전 국내에 적용됐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더구나 요즈마펀드는 지난 1998년 민영화 이후 이스라엘에서도 이미 사라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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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출범할 때도 정부는 한국판 요즈마펀드를 주창했다. 정책자금을 투입해 국내외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요즈마 모델은 이미 10년 전 채택된 것이다.

그런데 미래부는 요즈마펀드의 성공모델을 배우겠다며 요즈마그룹과 포럼을 만들고 정책금융공사는 요즈마펀드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협력 강화에 나선다고 한다. 최근 한 중견기업 관련 단체장은 중견기업에만 투자하는 한국판 요즈마펀드를 만들겠다며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다. 최근 1년간 웬만한 지자체와 중소기업 관련 협회, 투자기관들 중에 한국판 요즈마펀드를 운운하지 않은 곳이 손에 꼽을 정도다. 요즈마그룹의 관련 인사들이 한국을 찾는 일도 잦아졌고 지난해 6월에는 한국지사가 문을 열었다.

이 와중에 경기도는 요즈마펀드의 도내 기업투자를 유치하려다 이견 차로 투자계획을 접었다. 요즈마펀드가 과거와 달리 기업투자 대신 펀드 결성 컨설팅만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10년 전 꺼내들었던 사례를 다시 또 꺼내들 때 각 기관과 수장들은 요즈마펀드 모델이 국내에 적용 가능한 것인지, 여전히 유효한 투자모델인지 따져보았는가 묻고 싶다. 종료된 지 20년이 다 돼가는 남의 나라 성장젖줄에 언제까지 미련을 가질 것인가. 이제는 10년간의 실패를 자양분 삼아 한국만의 벤처투자 모델을 만들어가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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