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문화 교통안전공단 朴炳善이사장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사회 각계각층에서 변화와 개혁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각종 경제지표가 나아짐에 따라 국민 모두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조기 졸업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교통문화다.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교통사고로 매일 30여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다치고 있는 현실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때에 서울경제신문이 「길 문화를 바꾸자」라는 기획특집시리즈를 연재해 사회적 관심을 일깨우고 우리의 교통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 교통문화의 심층분석, 일반 국민에게 친숙하면서 낯설기도 한 고속도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21세기의 도로혁명 등을 선진 외국의 실태와 적절히 비교하면서 문제점을 분석한 대목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교통현실은 이미 기획기사를 통해 드러난 것 외에도 많은 부문에서 열악하기 그지없다.
자동차 생산 세계5위, 전국민의 절반에 이르는 사람이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는 등 외형적으로는 엄청난 자동차 대국이다. 그러나 자동차구조·장치를 이해하는 운전자는 10%에 불과하고, 교통기초질서를 알고 실천하는 운전자는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따라 많은 도로가 신설, 확장되고 있음에도 자동차 1대당 도로연장은 80년의 89㎙에서 지난해에는 8.6㎙로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안전표지의 경우 연평균 11%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도로 1㎞당 표지판수는 6.4개(96년 기준)로 일본의 9.6개보다 빈약한 실정이다.
더욱이 승용차 1일 평균 주행거리가 53.3㎞로 일본의 2배, 유럽의 1.5배에 이르러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 이용률이 높은 실정이다.
열악한 교통환경 때문에 생기는 교통사고로 입는 인적·물적 피해는 물론 교통체중에 따른 물류비용만도 연간 63조원에 이른다. 정부의 한해 예산에 버금가는 금액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교통문제는 어느 한개인이나 단체에 맡겨서는 될 일이 아니다. 개혁차원에서 다뤄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법체계의 합리적인 개정과 도로시설의 실용화·과학화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적극적인 관심과 개선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국민 모두의 자발적인 실천의지를 통해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편하고 아름다운 것」 이라는 의식이 자연스레 확산되면서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우리의 교통문화가 활짝 꽃피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