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화한 조직폭력배들이 고리의 사채로 폭리를 취하거나 기업과 기업인을 상대로 사업권이나 금품을 가로채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홍일 부장검사)는 16일 사채를 갚지 못하는 기업을 상대로 갈취행위를 벌여온 조직폭력배 4개파 17명을 적발, 이중 군산그랜드파 총두목 전종채(47)씨와 자금책 여상만(44)씨 등 3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또 다른 사건으로 수감중인 나주동아파 두목 나모(45)씨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군산그랜드파 두목 김모(44)씨와 콜박스파 서울두목 황모(42) 씨 등 8명을 지명수배 했다.
◇조폭, 기업사냥꾼의 돈줄=검찰에 적발된 조폭들은 일부 기업사냥꾼들과 결탁해 기업 인수합병(M&A), 유상증자, 어음할인 등에 개입했다.
군산그랜드파는 지난 2003년 2월 ㈜뉴씨앤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주가하락으로 손해를 보게 되자 회삿돈 9억원 상당을 빼돌렸으며 여러 차례에 걸쳐 금품을 빼앗았다. 이들은 또 이성용(구속) 전 휴먼이노텍 대표의 주선으로 유니씨앤티가 발행한 우선주 대금 30억원 상당을 가장 납입하는 과정에서 횡령과 협박 등을 일삼았다. 군산그랜드파는 또 2002년 1월 이씨와 결탁, 산업할부금융 부회장 김모 씨를 협박해 이씨가 경영하는 ㈜지피에스 발행어음 19억원 상당을 할인할 것을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나주동아파의 경우는 2002년 4월 이성용 씨로부터 4억9,000만원권 약속어음을 빌려 사용했다. 이들은 이씨가 부도를 면하기 위해 이 어음에 대해 위ㆍ변조 신고하자 이를 구실로 이 씨를 협박, 현금과 수표, 어음 등 17억2,000만원을 갈취했다.
◇이권 개입도 서슴지 않아=조폭들은 기업인들의 약점을 잡고 각종 금품을 빼앗는 등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겼다.
검찰에 따르면 군산그랜드파는 2000년 8월과 12월 오피스텔 시행사업을 하던 대아건설산업 대표 이 모씨에게 월 30%의 고리로 8억원을 빌려준 뒤 이 씨가 이를 갚지 못하자 협박을 일삼았다. 수사결과 이들은 원금 8억원을 갚지 못했다며 1년 뒤인 2001년 9월 이씨로부터 112억원 상당의 오피스텔 20개동 사업권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호 게이트`로 교도소 복역중인 국제PJ파 자금책 겸 고문인 여운환(50)씨도 구치소에 수감중이던 2000년 8월에도 기업인을 협박, 호텔 경영권을 뺏었다. 여씨는 빌려준 20억원을 갚지 못하던 레이디사 대표 정모 씨를 협박한 뒤 부하들에게 새로운 범행을 지시해 정 씨가 운영하던 광주 프라도호텔의 경영권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는 “이들 기업형 조직폭력배는 `총알받이`로 내세운 기업사냥꾼 뒤에서 폭리를 챙기면서 기업 부실을 심화 시켰다”며 “이들 대다수가 처벌은커녕 오히려 채권자로 둔갑해 회사에 더 큰 피해를 끼쳤다”고 설명했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