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조건

한광수<인천대 동북아 통상대학장>

한반도 주변의 움직임이 점점 더 분주해지고 있다. 북핵 문제와 양안 문제가 그렇다. 그리고 일본 우경화도 속도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동아시아의 경제적 번영과 맞물려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로서 중국의 부상과 관련해 미ㆍ중 양대국의 ‘힘 겨루기’와 이어져 있다. 우선 북핵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 조짐과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회부가 운위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준비 중이다. 양안 관계는 얼마 전만해도 중국 전인대에서 반국가분열법이 통과돼 먹구름이 가득했었다. 그런데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대만 야당 국민당의 당수인 롄잔 주석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로 인해 중국과 대만ㆍ양안에 갑자기 화해 분위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대만 독립세력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일본 고이즈미 정부의 군사 재무장을 위한 노력도 가관이다. 한반도와 중국을 자극하면서 파렴치한 접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후원 아래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꿰차는 동시에 헌법을 고쳐 ‘정상적인 보통 국가’처럼 군사력을 사용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그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주한일본대사를 통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맹랑한 신호탄을 계기로 해 영유권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신사참배 등을 소재로 한ㆍ중을 최대한 자극하면서 적대적 대결구도를 확산시키는 데 열중했다. ‘한일 합방은 조선인들이 원해서…, 난징 대학살은 중국인들이 지어내서…, 위안부는 거짓으로…, 산동 지역 진격은 세계 최초의 평화유지군…, 신사참배는….’ 이러한 언동은 그들이 군사 재무장의 명분을 찾는 데 실패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웃인 한ㆍ중과 적대 관계를 모색하려는 음모 외에는. 북한(핵) 문제, 양안 문제, 그리고 일본 재무장 등 이들 문제는 모두 2차대전 이래 동아시아의 역내 구조적 취약점으로 이 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 우선 북핵은 북ㆍ미 대화 여하가 쟁점이다. 양안 문제는 미국의 ‘대만 독립세력’ 지원이 핵심이다. 그리고 일본 우경화는 미ㆍ일 동맹이 연결고리다. 이미 미국에서 중국으로 ‘힘의 이동’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반면에 ‘중국은 멀었다’ ‘그런 건 없다’ ‘착각이다’ 라고 보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격변기의 갈등과 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이 연장선상에 우리나라는 동북아에서 ‘중심 국가’를 모색해보기도 하고 ‘균형자’가 가능한가에 대한 논쟁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에 미국의 영향력이 오늘날처럼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차대전 이후 냉전시기다. 이 시기를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3차대전’ 시기라고 말한다. 울시의 말을 빌리면 미국은 3차대전 기간 중 이 지역에 영향력의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한 셈이다. 3차대전을 통해 미국은 이 지역의 한ㆍ일ㆍ대만을 주요 교역 파트너로 삼는 데 성공했으며 3차대전이 끝나는 시기, 즉 냉전체제가 와해되면서 중국을 파트너에 합류시켰다. 이 파트너 그룹에 북한이 제외된 데 대해서는 미국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어 앞으로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북한 봉쇄가 풀리지 않은 이면에는 한반도에 대한 열강, 특히 미국의 이해와 북한 체제의 특성 등 다소 복합적 요소들이 남아 있다. 오늘날 이 지역의 움직임은 그 하나하나가 중국의 급부상과 맞물려 있으며 이에 대한 미국의 기민한 대응과 접목돼 있다. 미국은 이 지역에 그동안 ‘공들여 축적해온 정치ㆍ경제적 기득권’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 이 지역이 머지 않아 북미를 누르고 세계 제1의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미국으로서는 이 지역이 세계 패권을 넘보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이 지역의 경제적 잠재력을 마음껏 활용할 수만 있다면…. 견제와 협력의 동시 전략, 여기에 동아시아 전략에 대한 미국의 운명적 딜레마가 있다. 그리고 이는 미국 내 진보세력과 보수세력간의 간극과도 연결된다. 혹자들은 말한다. 다시 구한말과 유사한 위기라고. 우리가 타성화된 사대주의와 피동적 몸짓만을 이어받았다면 틀린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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