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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에너지전략포럼에서 '석유전쟁 : 셰일혁명과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첫 발표를 맡은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셰일혁명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한 현재 대한민국은 산유국 지위에 올라서느냐, 아니면 동북아의 변방국으로 남느냐는 기로에 서 있다"고 냉철히 진단했다. 특히 김 교수는 북한을 경유하는 한반도 파이프라인을 북한이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고 일축하고 오히려 한반도 정세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북한이 돌출행동을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설령 그런 시도를 하더라도 러시아와 중국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두고 중국은 이미 공급 협상을 타결했고 러시아와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관계인 일본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일본이 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의 상황을 이용해 천연가스를 선점하는 것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가장 큰 위기"라고 지적했다.
◇북한 경유하면 한반도 정세도 안정=실크로드와 향신료 루트, 대서양 항로를 거쳐 남방 항로로 이어졌던 인류 문명의 밸류체인(핵심무역로)은 이제 북극 항로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 역시 "북극 항로 시대는 한반도에 찾아온 가장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다만 거점 항구를 확보하지 못하면 새로운 밸류체인이 형성되더라도 이익을 향유하기 힘들다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동해안이 거점 항구가 돼야 우리나라가 북극 항로의 중심이 될 수 있다"면서 "거점 항로의 전제조건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한·러 파이프라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경제적 동맹을 맺는 데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드는 점도 북극 항로 패권 싸움에 유리한 요소다. 김 교수는 "파이프라인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을 거쳐 남한·일본까지 연결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파이프라인을 장악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 "과거 사례를 볼 때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이해를 저버리는 행동을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고 반문한 뒤 "파이프라인이 북한을 경유하면 한반도 정세는 더 안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프라인 구축하면 산유국 지위 획득=김 교수는 파이프라인의 특성상 에너지 공급 국가보다 수요 국가의 입김이 더 크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역시 9·11테러 이면에 아프가니스탄 내 석유 파이프라인 건설이 무산됐기 때문이라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파이프라인은 한 번 건설되면 에너지를 공급하는 국가라 하더라도 쉽게 공급을 중단시키거나 공급처를 바꾸기 힘들다"면서 "우리나라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 받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게 되면 산유국의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중·러 정상회담에서 천연가스 공급 협상을 타결해 오는 2018년부터 30년간 연간 소비량의 23%에 달하는 천연가스를 확보했다. 일본 역시 러시아 사할린에서 일본 수도권까지 총 1,350㎞에 달하는 가스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러시아와 북방 4개 섬을 놓고 갈등을 빚는 와중에도 여당 의원 33인이 나서 '러·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추진의원연맹'을 발족했다.
파이프라인은 강의 상류와 하류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이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으로 내려오는 가스관을 건설해야 불확실성이 없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김 교수는 "가뭄이 들었을 때 강의 상류에서 물을 다 써버리면 하류는 갈증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면서 "파이프라인도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중국을 경유하는 루트로 들어와서는 중국의 패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