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동부 구조조정 용단, 채권단이 뒷받침해야

동부그룹이 3조원 규모의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등 주요 계열사 경영권과 자산을 파는 것은 물론 김준기 회장이 1,000억원대 사재까지 출연하기로 했다. 지난 1969년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동부는 자구계획을 통해 부채를 절반으로 줄여 오는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에서 졸업할 방침이다.

동부그룹의 자구계획은 배수의 진을 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각 대상에는 김 회장이 '필생의 사업'이라던 반도체 회사(동부하이텍)까지 포함됐다. 동부하이텍은 16년간 김 회장의 사재를 포함해 3조원가량의 자금이 투입돼 위기를 버텨온 그룹의 핵심기업이다. 자식 같은 기업을 매각하기로 한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시장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 용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상황인식이다.


동부의 자구계획은 성공 여부를 아직 장담하긴 이르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채권단은 평가한다. 시장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18일 동부 관련 주가는 한때 15%까지 급등했다. 자구계획안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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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계획한 자구노력이 신속히 실천되지 않으면 오히려 시장의 불신을 키울 수도 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구조조정에 실기해 더 큰 화를 당한 사례를 우리는 여러 차례 목격해왔다. 멀리 대우그룹부터 가까이는 STX와 동양그룹이 그랬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동부그룹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역할도 막중하다. 채권단은 동반자라는 인식하에 자산과 계열사 매각이 제때 이뤄지도록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풍전등화의 위기도 기업과 채권단이 여하의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기회로 바꿔놓을 수 있다. 동부그룹이 보란 듯이 구조조정에 성공해 강한 기업으로 환골탈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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