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빈민지역의 흑인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의 평균보다 높다면?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세계 초 일류 국가라는 미국이 어떻게 이런 수모를 감수하고만 있는지 궁금하다. 사회적 불평등과 건강 지수를 연구해온 영국 노팅엄 대학의 리처드 윌킨슨 교수는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사회의 지나친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초래한 현상에 주목, 연구에 나선다. 윌킨슨은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망률이 높다”고 단언한다. 실례로 미국 내에서 부유한 지역에 사는 남성의 기대수명은 70대 중반이지만 극빈 지역의 흑인 남성의 기대 수명은 60세를 넘지 못한다. 또한 미국은 전세계에서 엄청난 규모의 보건의료비를 쓰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미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그리스보다 평균 기대수명이 더 낮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미국이 그리스보다 더 불평등한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불평등한 사회의 특징은 사망률이 높고 건강이 나쁘며 10대 임신률도 높다. 게다가 범죄가 심각하고 여성이나 인종ㆍ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하다. 윌킨슨은 전체 사회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리ㆍ사회적 요소에서 근본적 원인을 찾는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건강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예컨대 백인 밀집 지역에 거주하는 부유한 흑인의 건강수준이 흑인 밀집 지역에 사는 흑인들보다 나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책 제목에서 짐작했겠지만 저자는 좀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면 건강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결론 내린다. 책은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