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여간 끌어온 한미 자동차협상이 타결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최종협상마저 결렬되었다면 양국은 무역보복조치와 세계무역기구(WTO)제소로 이어지는 최악의 무역마찰을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우리의 경제회생은 치명타를 맞게되고 미국측도 부담이 적지않을 것이다. 미국은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을 맞고있는 가운데 한국의 경제위기해결에 도움을 주지는 않고 잇속만 챙기려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자초했을 것이다.
양국이 협상시한을 넘긴 마지막 밤샘협상에서 벼랑끝 타결을 본 것은 이같은 배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자동차분쟁을 일단락시킨 양국의 성숙된 협상태도는 평가할만 하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자동차세제단일화 및 수입자동차 관세인하 문제였다. 미국은 배기량에 따라 현행 7단계로 누진되는 자동차세제를 5단계로 축소하고 2,000㏄이상에 대해 단일세율을 적용하자는 한국측안을 수용했다. 미국은 자국 수출차가 대부분 2,000㏄이상인 점을 고려했을 것이고 우리측은 극도로 위축된 국내자동차 소비촉진을 위해 자동차세율과 세액을 인하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중소형차 보호를 위한 기존의 자동차세제의 기본골격을 유지한 것은 큰 성과다.
현행 자동차수입관세를 유지키로 한 것도 성과다.관세를 미국의 요구대로 내릴 경우 국내자동차가 당장 큰 타격을 입는데다 우리 보다 관세가 높은 유럽연합(EU) 등과의 관계를 고려할때 논의를 다자간협상으로 넘기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국내업체들은 이번 협상결과에 대해 대체로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내수가 침체된 상황인데다 세금인하폭이 작아 이번 협상타결로 수입차의 국내시장잠식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상타결로 국내업체의 미국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주요 수출국인 EU와의 무역관계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 단계별로 자동차세액이 인하됨에 따라 국내자동차도 수입자동차와 함께 동반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협상 결과가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장벽을 낮춘 것은 분명하다. 세금부담이 크게 줄어든 대형승용차시장에서는 외제차가 상당한 위력을 보일 것이고 장기적으로 중소형자동차도 안심할 수 없다. 미국이 소형차부문에서도 경쟁력이 날로 강화되고 있는데다 수입선다변화규제가 풀려 막강한 일본차들이 곧 상륙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자동차업계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전열이 크게 흐트러져있는 실정이다. 선진국 자동차메이커들과의 한판대결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자면 현재 진행중인 기아자동차입찰과정과 구조조정이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