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다우와 코스피 지수 등 금융계에는 각종 지수들이 시장 상황을 보여준다. 미술작품이 거래되는 미술시장도 마찬가지. 세계적인 미술품정보사이트인 아트프라이스닷컴은 아트프라이스 인덱스를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시장이 급부상한 중국은 아트론이 미술시장지수를, 인도 미술은 경매회사 오시안이 가격지수(ET Art Index)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의 경우 기존의 폐쇄적 유통구조에서 경매시장의 등장과 함께 개방적으로 돌아서는 과정에서 상당부분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고, 특히 가격책정과 변동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병식(사진) 경희대 미술대학 교수는 6개월 이상을 투자해 국내 경매기록 전체를 연구ㆍ조사한 뒤 올 4월 코리아아트인덱스를 완성, 미술전문지 아트프라이스를 통해 이를 소개했다. 작가별 낙찰총액 순위부터 작품당 평균 낙찰가격, 낙찰가 변동률은 물론 동일작품의 반복 거래 사례와 작가의 기법과 유형별 거래 패턴, 시리즈 판매경향까지 분석했다. 미술품 구매자와 판매자는 물론 관련업계 전문가들도 ‘미술시장변화지표’의 탄생에 기뻐하며 시장 분석에 이를 활용해오고 있다. 최교수는 회화를 전공했지만 대만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돌아와 평론가로 활동했고 문화예술진흥원(현 문화예술위원회)과 관련 부처를 오가며 문화정책 수립에 관여하면서 예술정책과 예술경영 전문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가격변동과 그 그래프를 이용해 미술계를 분석한 첫번째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과 인도도 각기 미술품지수를 갖추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자료가 없어 시장 발전의 발목을 잡힌 형국이었어요. 2005년을 전후로 미술시장이 수직상승하면서 시장에 해박한 사람은 없었던 탓에 자문 요청을 많이 받았고, 끊이지 않는 위작사건과 시장구성원의 혼란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는 “보통 예술품가격지수는 200~500선, 즉 2~5배 수준에서 움직이는데 지수 산정과정에서 보면 지난해는 200에서 1만 이상의 진폭을 보여 측정이 안될 정도의 불안정한 시장이었다”면서 “거래량이 많은 상위 3명의 작가가 전체 경매시장 거래가의 45%를 차지한 것 역시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주가를 관리하듯 지속적으로 미술지수를 관리하면 미술시장의 안정성은 물론 감정문제의 취약점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미술품을 자산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만큼 학문이나 문화예술을 경제적 관점으로 생각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간단한 경제논리만 도입하더라도 미술시장 활성화와 건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향이 반영되는 미술시장의 특수성과 그 부족분을 채워줄 공공기관인 미술관과 박물관의 역할이 요즘 그의 주된 관심사다. 관련 기관의 요청을 받아 뮤지엄 경영 및 공공미술에 대한 정책과 전략 마련의 지표를 마련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