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안경을 쓰고도 앞을 잘 볼 수 없는 시력장애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면 부모한테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약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는 11일은 대한안과학회가 정한 '눈의 날'이다. 안과학회는 매년 이슈가 되는 안과질환을 선정해 눈의 날을 전후에 집중 홍보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올해의 주제는 '약시의 조기치료'로 정했다. 약시는 시력저하가 있으면서 안경교정으로 정상시력이 되지 않고 시력표에서 두 눈 간에 두 줄 이상의 시력 차이가 나는 경우를 말한다. 흔히 '게으른 눈'으로 불리는 약시는 서양에서 성인 한쪽 눈 실명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될 만큼 무서운 질환이다. 특히 치료 시기에 따라 완치율이 급속히 달라지기 때문에 어릴 때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치료시기에 따라 완치율 4배 차이=눈의 날을 맞아 대한안과학회가 국내 9개 대학병원에서 어린이 약시 환자 2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만 4세에 치료를 시작한 아이들은 완치율이 95%에 달했다. 반면 5세의 경우 73%, 6세 63%, 7세 56%, 8세부터 치료를 시작한 아이들은 23%만 완치돼 늦게 발견해 치료할수록 완치율은 급격히 떨어짐을 알 수 있다. 만 4세와 8세의 완치율이 무려 4배가량 차이가 난 것이다. 이는 약시 치료에서 조기 발견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학회는 설명했다. 곽형우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치료시작 시기가 빠를수록 약시 치료 효과가 좋은 것은 시력이 만 8~9세 때 거의 완성되기 때문"이라며 "이 전에 약시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력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만 8세 이후에는 약시 치료를 해도 시력이 좋아지기보다 악화하는 것을 막는 수준이 대부분이라고 곽 교수는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 어린이 약시의 원인은 양쪽 눈의 시력이 같지 않은 부동시(짝눈)가 56%, 사시가 42%인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부동시는 눈에 띄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부모가 발견하기 쉽지 않다. 반면 사시는 쉽게 알 수 있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사시는 두 눈의 시선이 한 물체를 향하지 못하는 경우로 한 눈의 눈동자가 제 위치에 있지 않다. ◇어린이 첫 안과검진은 만 3~4세 때=가정에서도 아이의 약시를 체크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한 눈을 가리고 아이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해보면 된다. 문남주 대한안과학회 기획위원은 "만약 한 눈에 약시가 있다면 정상 눈을 가리고 약시 눈으로만 보게 했을 때 안 보여서 몹시 울거나 보채고 눈가리개를 떼어버리려 하거나 눈앞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보지 못해 불편해 하는 행동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약시를 조기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만 3~4세 때 안과에서 첫 시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다. 김승현 대한안과학회 기획위원은 "일반적으로 시력은 만 3세 때부터 잴 수 있으므로 이 시기에 안과 검진을 받는다면 약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만 3~4세 아이에게 안과 검진을 받게 하는 것은 평생 시력장애를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검진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만 4세 이전이라도 눈을 잘 못 맞추거나 장난감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경우 사시가 보이는 경우라면 바로 안과검사를 통해 눈의 이상 유무 및 굴절이상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학회는 강조했다. 약시의 치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약시환자는 약시가 있는 눈을 쓰지 않고 약시가 없는 눈만으로 사물을 보려 하기 때문에 약시가 있는 눈을 쓰도록 하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약시가 없는 눈을 가리는 '가림 치료'와 시력이 좋은 눈에 조절마비제를 넣거나 안경도수를 조절해 좋은 눈을 잘 안 보이게 하는 '처벌 치료'가 주로 쓰인다. 아이들의 치료적응을 돕기 위해 TV시청이나 전자오락 등이 활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