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ㆍ칠레 FTA 국회비준 난항 거듭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대한 처리를 29일에 이어 재시도했으나, 각 당 농촌출신 의원들의 표결 저지로 끝내 무산됐다. 비준안 처리가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무산됨에 따라 일단 새해 1월 7일과 8일에 열릴 본회의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농촌 출신의원들이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 어젠다(DDA) 협상이 타결된 이후 FTA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비준안이 장기 계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비준안과 연계된 법안인 `농어업인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과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도 연기됐다. 그러나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일반회계 기준 118조3,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켜 확정했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이날 본회의에서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고 한나라당 조웅규 의원이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심사보고서를 읽던 도중 각 당의 농촌출신 의원 20여명이 단상 앞으로 몰려가 심사보고를 저지했다. 이에 따라 박 의장은 “현재 분위기로 봐서 표결은 불가능하다”면서 표결 유보를 선언했다. 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1월 7, 8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FTA 처리는 그때까지 각 당 총무들과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확정된 새해 예산안은 한ㆍ칠레 FTA 비준안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비준안 처리를 전제로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 편성됐던 FTA 관련 농촌 지원비 6,318억원 가운데 핵심사업비인 5,842억원을 목적예비비로 항목을 조정했다. 목적 예비비는 대상 사업을 특정해서 예비비를 편성하되,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불용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새해 예산규모는 정부 원안인 117조5,000억원보다 8,000억원 순증한 것으로, 두차례 추경예산을 포함한 올해 최종예산보다 0.2% 증가한 것이다. 특히 국회 심사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순증한 것은 지난 75년 예산(300억원 순증) 이후 29년만의 일이다. 국회는 이와 함께 이날 본회의에서 국민연금ㆍ고용보험ㆍ공공관리자금 등 45개 기금의 내년 예산을 정부안 237조2,512억원보다 4,198억원 증액한 237조6,710억원 규모의 내년 기금 운용 계획안도 승인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날 당론으로 비준안을 통과시키기로 결정했다. 김부겸 열린우리당 원내 부대표는 “김근태 원내대표가 어젯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로부터 `우리당 의원 47명 전원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을 하면 한나라당 의원 7~8명의 동의를 얻어 FTA 비준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 무기명 비밀투표로 처리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에 따라 일부 반대가 있었으나 우리당은 의원 전원이 비준동의안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말했다. <안의식기자, 임동석기자 miracle@sed.co.kr>

관련기사



안의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